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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팬데믹 창업 러시

입력 2022-01-05 03:00업데이트 2022-01-0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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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재산을 잃지만 팬데믹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발생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죽자 노동력이 부족해졌다.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해서 자유농과 농노의 지위가 높아졌다. 상인들도 장기적으로는 파산한 다른 상인들의 재산을 흡수해 자본 축적을 이룰 수 있었다.

▷코로나 창궐이라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도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자라고 있다. 미국에서 신규 사업을 위해 세금 관련 서류를 신고한 사람이 지난해 1∼11월 사이에만 497만 명이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5%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1∼12월 미국 창업기업에는 사상 최대인 930억 달러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

▷미국 사례를 들자면 뉴욕 기반의 창업기업 ‘블랭크 스트리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커피 체인이다. 푸드트럭 형태로 좌석을 없애 비대면 상황에 적응하면서도 임차 비용을 줄였다. 그 결과 스타벅스 등 대형 체인점에 비해 값은 싸면서도 품질은 괜찮은 커피를 판매할 수 있었다. 20대 청년 2명이 2020년 여름 창업했는데 지난해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3차례나 투자를 유치했다.

▷코로나 시대 인류는 온라인 쇼핑 같은 비대면 산업을 성장시켜 코로나에 위축되지 않고 맞섰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거래액은 2019년 8월만 해도 11조2000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8월에는 15조7000억 원이 됐다. 40%가량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과 연결된 배달업에서도 많은 일자리의 기회가 생겼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됐다.

▷회사와 직원들은 코로나 기간 중 굳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가 무난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는 재택근무를 통해 근무 옵션을 다양화함에 따라 인재 구하기가 수월해졌고 사무실 임차료 등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투잡’의 기회로 활용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아껴 재교육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런 점은 창업 회사나 그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는 환경으로 작용한다.

▷코로나로 풀린 돈이 투자의 기회를 찾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코로나로 실직하거나 영업을 접게 된 경험은 쓰라리지만 기존의 관성적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파력이 강력한 오미크론은 병세는 오히려 미약해져 독감처럼 변하면서 팬데믹 종식의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동이 트기 전에 가장 어둡다. 어두울 때 밝은 날이 올 것을 믿는 긍정적인 사람들이 성공하는 법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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