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편지로 물든 항공업계 연말…“동료 응원에 코끝이 찡”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1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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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서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행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24일 서울 강서구 하늘길의 본사 사무실로 출근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 직원들은 사무실 입구에 놓여 있는 선물을 발견했다. 산타클로스 캐릭터가 그려진 상자 여러 개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포춘쿠키와 함께 정성스레 손으로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에는 “2021년 바쁘고 힘들었지만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2년에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그런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고 적혀있었다. 직원들은 지금도 누가 선물을 두고 갔는지 모른다고 한다. 건물 내 출입이 가능해야 하니 임직원 중 한 명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하는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90% 가까이 중단되면서 에어서울 직원들은 유·무급 휴직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지현 에어서울 사원은 “우리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했을 그 분 마음에 힘들었던 한 해가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며 “직원들을 위로하듯 ‘자기를 사랑하자’는 글귀에 코끝이 찡했다”고 전했다.

힘든 항공업계를 응원하는 고객들의 편지도 속속 배달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기내식을 지상에서도 맛 볼 수 있고 승무원 체험도 할 수 있는 ‘여행맛’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8월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은 어느덧 ‘예승이(승무원을 꿈꾸는 예비 승무원)’들과 해외여행의 설렘을 그리워하는 고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카페 한쪽 벽에는 “포기하지 마시고 웃음 잃지 말아주세요”라는 등의 응원 편지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여행맛에서 일하는 제주항공 직원들이 가장 힘이 나는 글귀가 있다고 했다. 회사 매출에 직접 기여해 준 공모 씨의 편지다.

“항공업계를 도울 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항공권 예약밖에 없더라고요. 제주항공 왕복 2회, 편도 2회 최종 이용.”

항공사에 이메일을 보내 칭찬과 위로를 전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에는 “승무원들이 프로처럼 움직이며 위생을 신경 쓰는 모습에 안심을 하게 됐다. 건강히 여행 잘 하라는 덕담을 전해주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라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어린 아이와 여행 했던 승객은 고객 이메일을 통해 “기내 불빛 때문에 아이가 잠에서 깰까봐 담요로 커튼을 만들어 주고, 식사를 못했던 우리를 기억했다가 간식을 따로 챙겨주는 배려에 너무 고마웠다”고 적은 메일을 보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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