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적표현물 여부 더 따져봐야” 국보법 위반件 파기환송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30일 1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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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에 관한 내용이 담긴 책자를 갖고 있다가 적발돼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단체 회원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해당 책자에 국가를 위험하게 할 만큼의 이적성이 있는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이적단체에 가입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문건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2008년 젊은벗(옛 통일시대의 젊은벗)이라는 단체에 가입했는데, 검찰은 이 단체가 창립 취지 등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 주장을 그대로 추종하는 것으로 보고 이적단체 가입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검찰은 A씨가 젊은벗을 비롯해 3개의 이적단체에 가입해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서 북한 주장을 찬양한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A씨는 북한의 주장 등이 담긴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그가 갖고 있던 책자 중에는 2011년 출간된 ‘행복한 통일이야기’라는 서적이 있었다. 국내 서점에서도 판매 중인 이 책은 북한의 실상과 한반도 통일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A씨는 미리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연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A씨가 일부 북한을 찬양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일부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런데 무죄로 인정된 이적표현물 중 ‘행복한 통일이야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1심은 “A씨의 행위는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면서도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 국가의 안전이나 질서를 전복할 것을 직접적으로 기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갖고 있던 책자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지 추가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일정한 목적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다. 어떤 표현물의 이적성이 인정되는 것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다.

만약 피고인의 목적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이적단체 가입 여부와 활동 등 표현물의 이적성을 나타내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그런데 재판부는 A씨가 소지하던 책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북한의 활동에 호응하거나 가세하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질서를 위협하는 등 이적성이 있지 않는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해당 책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전제로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이적표현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책자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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