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 ‘일해공원’ 명칭 변경, 결론 못내리고 해 넘길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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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생명의 숲’ 지명 변경 청원
상정절차 등 정리안돼 처리 불투명
당사자들 유명 달리해도 논란 여전

합천군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최근 군청을 찾아 주민발의 청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제공
합천군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최근 군청을 찾아 주민발의 청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제공
‘가라! 일해, 오라! 생명의 숲.’

경남 합천군의 진보단체와 정당들로 구성된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대표 이창선)’가 최근 합천군에 ‘일해공원 명칭 변경 주민발의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외쳤던 구호다.

일해(日海)는 11,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1931∼2021) 호.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합천읍 문화로 34) 명칭을 본래 이름인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주민 노력이 결론 없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당사자인 전 전 대통령도, 공원 명칭을 바꿨던 전직 군수도 고인이 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운동본부는 “합천군은 하루빨리 ‘지명위원회’를 열어 일해공원 명칭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했다. 2007년 합천군이 ‘새천년 생명의 숲’을 ‘일해공원’으로 바꿀 당시 지명위원회 개최 등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청원서엔 주민 1400여 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범죄자 전두환의 호를 공원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행 법령 등이 정한 지명 부여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 국민정서에 반할 뿐 아니라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합천군 명예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주민발의 청원인 모집 과정에서 다양한 공원 이름 후보들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조선시대 영남학파의 거두인 조식 선생 호를 딴 ‘남명공원’, 황강의 고운 모래를 연상시키는 ‘은모래 공원’ 등이다. 합천군의회가 ‘남명 선생 역사교과서 수록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점도 거론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일해공원 명칭변경은 합천주민뿐 아니라 국민적 요구이므로 이번에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문준희 합천군수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합천군은 크게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운동본부가 낸 청원서는 ‘합천군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에 관한 조례’ ‘합천군 지명위원회 구성 및 운영조례’ 등을 준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강제력이 없어 답변을 할지 여부는 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73조)의 ‘청원’은 주민이 지방의원의 소개를 받아 제출하고, 지방의회가 채택한 청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처리한 뒤 의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번 운동본부의 청원은 이러한 절차와 성격이 다르다는 의미로 합천군이 해석하고 있는 것.

2007년 명칭 변경 당시엔 합천군 자체 설문조사와 군정조정위원회만 거쳐 이번에 다시 지명위원회에 상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방침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힘 소속인 문 군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항소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대법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일해공원은 2004년 8월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개장했으나 고 심의조 전 군수시절인 2007년 1월 29일부터 일해공원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합천군#일해공원#명칭 변경#새천년 생명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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