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 부족한 ‘오름 보전·관리 기본계획’ 제대로 실현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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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년 1월까지 기본계획 수립”… 2026년까지 56억원 예산 투입 계획
내년엔 예산책정 없이 관리기반 마련… 담당 직원도 1명 그쳐 탁상행정 우려

람사르 습지이자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깃든 산정화구호가 있는 물장오리 오름을 비롯해 쌀손장오리, 테역장오리 오름 등이 한라산 산록에 펼쳐졌다. 이런 오름 368개를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기 위한 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인데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람사르 습지이자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깃든 산정화구호가 있는 물장오리 오름을 비롯해 쌀손장오리, 테역장오리 오름 등이 한라산 산록에 펼쳐졌다. 이런 오름 368개를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기 위한 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인데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중요 환경자산인 오름(작은 화산체)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학술용역에서 정보센터 개설, 탐방총량제 시행, 시설 설치 가이드라인, 출입 제한을 위한 통제구역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오름 관련 정책의 핵심 기구인 ‘오름 보전·관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데다 관련 예산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제주도는 내년 1월까지 ‘오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를 위해 오홍식 제주대 교수를 책임연구자로 하는 학술용역을 4월부터 진행해 최근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용역에서는 제주의 368개 오름 가운데 47개 오름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직선보다는 나선형 탐방로로, 고무보다는 야자나무 소재의 매트로 바꾸고 사면 안정화 조치와 친환경 소재 안내판 설치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생태관광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인 등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로 오름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양호한 원형 보전 상태, 풍부한 생태·역사·인문 자원, 제주다운 경관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약점은 답압(踏壓)으로 훼손 취약, 지가 상승에 따른 공유화 한계 등이 거론됐다. 치유와 힐링을 중시하는 생활 패턴 등이 기회 요인으로 선정됐고, 개발 압력 증대, 생태계 변화, 탐방 수요 증가는 위협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를 토대로 오름 보전 및 관리를 위한 목표를 ‘가치 보전’과 ‘지혜로운 활용’으로 설정했다. 세부사업으로 보전관리정보센터, 정기 모니터링, 자연휴식년제 시행 및 관리 가이드라인, 탐방 총량제 및 예약제, 경관시설 및 경관포인트 실태조사, 생태체험 및 관광 프로그램 공모, 오름 도립공원 지정 등을 제안했다.

용역 연구진은 오름 보전·관리에 대한 여건, 제주도 정책이 2016년 수립한 ‘제주도 오름종합계획’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제기됐던 약점과 위협 요인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훼손된 오름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은 2026년을 목표로 한 기본계획을 위한 것으로, 이에 필요한 예산은 56억6000만 원이다. 내년에는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오름 보전·관리 네트워크와 사유지 오름의 관리 기반을 마련하고 2023년에 17억1500만 원, 2024년에 16억1500만 원을 연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제주 오름 연구 관계자는 “예산 확보 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제주도 담당 직원이 1명에 불과해 또다시 계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한라산과 더불어 중요한 자연·인문경관 자원인데도 기본계획 수립 및 조사, 관리 방안 마련 등을 담당할 ‘오름 보전·관리위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않고 제주도환경정책위원회로 기능을 넘기는 등 관련 정책이 오히려 후퇴했다”고 말했다.

제주 관련 고문헌에는 오름을 악(岳), 산(山)으로 표기했으며 ‘악을 오로음(吾老音), 올음(兀音)이라 부른다’는 내용이 있다. 제주도는 오름에 대한 최초 종합보고서인 ‘제주의 오름’을 1997년 발간하면서 ‘한라산체의 산록상에서 만들어진 개개의 분화구를 갖는 소화산체를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형성 과정에 따라 분석구, 수중화산(응회구, 응회환), 용암원정구 등으로 구분하고 총 368개(제주시 210개, 서귀포시 158개)로 정리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예산#인력#오름 보전#오름#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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