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계…“누구를 살려야 할지 고민해야 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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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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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를 이겨낸 환자를 퇴원시키고 있다. 2021.12.13/뉴스1 © News1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를 이겨낸 환자를 퇴원시키고 있다. 2021.12.13/뉴스1 © News1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나들면서 의료 인프라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정부가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 군 의료인력도 환자 진료에 투입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늦었다고 했다.

또한 정부 판단보다 상황은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회복 가능성 낮은 환자의 중환자실 입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감염병 확산 등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비한 민간 병원 병상 활용, 인력 확충방안 등을 의료대응 과제로 선정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전적으로 정부 책임…특단조치로 역량 확충”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참모 회의에서 “국립대병원은 의료 역량을 코로나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한 정부가 일상회복을 뒷받침하는 데 충분히 병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 지역 공공병원은 가능한 경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고 공공병원의 진료 차질과 의료 공백은 민간병원이 협력해달라”며 “공공의료 인력을 코로나 환자 진료에 투입하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중환자 진료 병원에 배치하라”고 주문했다.

여러 차례 행정명령을 통한 병상 확보에도 불구하고 전국 중증병상 가동률이 80%, 수도권 가동률이 85%를 넘나드는 등 한계 상황이 계속되자 고심한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수도권 병상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2021.12.14/뉴스1 © News1
김부겸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수도권 병상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2021.12.14/뉴스1 © News1


정부가 평가한 코로나19 지난 주간(12~18일) 위험도는 ‘매우 높음’으로 최고 수준의 위험이 4주 연속 이어졌다. 19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9%, 수도권 가동률은 87.8%로 일상회복 이행 이후 연일 증가했다.

최근 확진자에 뒤따라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에도 의료역량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다. 수도권 의료대응 역량 대비 발생은 141.9%로 전주 127.5% 대비 14.4%p 올라 역량 초과 상태를 유지했고 비수도권도 77.7%에서 92.5%로 급증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20일 오전 선제적으로 비상체계 전환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척추나 관절 수술, 당장 급하지 않은 뇌·심장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을 연기하고 코로나19 병상을 추가 확보해 중환자 치료에 집중한다. 현재 54개인 코로나19 병상을 90개로 늘린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백병원·서울부민병원·대림성모병원에 코로나19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20일이 지나 격리 해제된 환자를 전원, 수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학병원협회도 16일 긴급회의를 열어 중환자 병상 200여개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른 중환자 치료 위협…학회 “어떤 환자 살려야 하나” 호소

정부는 서울대병원 사례가 병상 확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 반장은 20일 현 상황에 대해 “버거워하면서도 환자 치료에 차질 없도록 대응 중”이라며 “중환자실을 80% 정도로 가동해야 문제없이 운영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는 정도의 중환자를 중급병원에 전원해 치료해본 경험이 있다”며 “격리해제 된 중증환자를 협력병원에 보내는 (서울대학교병원의) 방식은 병상 확보에 있어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병상 효율화 방안으로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중환자도 다른 병실로 옮기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20일 지난 감염자에 전염력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취지를 알겠지만, 일반화보다 의학적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조치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건 어떤 중환자를 치료하느냐는 기준이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전쟁터에서나 있을 안타까운 가정이지만, 지금이 재난 상황이라 최적의 기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자는 이유에서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병상의 효율화를 위해 회복 가능성 낮은 환자의 중환자실 이용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학회는 “자원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 어떤 치료를 받게 할지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중환자 입·퇴실기준위원회를 만들자고 했다.

병상이 부족하다는 가정에 Δ뇌·심장·간·신경근골격계 등 말기장부전 Δ예측 사망률 90% 이상 중증외상·중증화상 Δ대량 뇌출혈, 중증 치매 등 심각한 뇌기능장애 Δ기대여명 6개월 이하인 말기 암 Δ생명을 위협할 만한 심한 신체 질환이나 생존이 어려운 빈사 Δ예측 생존율 20% 이하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자는 취지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중환자 대응에 어려운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비 코로나 중환자 치료 기회, 공공병원 부재로 인한 취약층 피해, 중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 등을 꼽았고 병상확보 이면의 의료대응 방안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늘수록 비코로나 중환자 치료 기회는 부족하다. 코로나19 아닌 다른 질환 사망률이 늘 수 있다”며 “특수 질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 병상, 외래진료센터 등 필요한 게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민간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려 하지 않는다. 공공병원만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데 전념하면, 그곳을 찾던 사회적 약자는 밀려난다”며 민간 상급종합병원 등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병상을 많이 마련해도 금방 찰 수 있다”며 “지난해 대구 동산병원 사례처럼 환자를 집중 전담하는 병원이 필요하다. 병원 공감을 사면서도 인력을 구하기 힘들 텐데 정부의 적극적인 설득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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