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기진]대전 중앙시장, 관광개념 도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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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
대전역 바로 앞에 있는 중앙시장은 문을 연 지 110년이 됐다. 경부선이 개통되고 대전역이 만들어지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교통의 중심인 대전, 그것도 대전역에 위치한 중앙시장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충북, 경북, 전북 지역민과 상인들에게 생계의 터전이었다. 지금도 4000여 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2021년 겨울의 중앙시장’은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경쟁력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자생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과연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을 방문했을 때 꼭 들르는 곳 중 하나가 현지 전통시장과 뒷골목이다. 근사한 관광지와는 달리 현지 시장과 뒷골목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스며 있다. 전통시장에서 맛보는 거리음식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대전 중앙시장은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먼저 중앙시장을 안내하는 책자나 지도를 발견할 수 없다. 중앙시장은 구역별로 주단과 한복, 의류, 잡화, 그릇, 헌책, 수예, 귀금속, 생선, 정육, 채소 등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요, 즐길거리다. 대전으로서는 ‘오래된 미래’이자 멋진 관광 상품이다.

시장 안에는 짧게는 5년, 길게는 5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하나의 음식으로 방문객들을 매료시키는 분식집도 40여 개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스토리 책자는 물론이고 안내 지도조차 찾아볼 수 없다. 대전시와 구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지역상인회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는 ‘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다.

또 시장 현대화를 하겠다며 비 가림 시설을 하고 화장실을 새로 고치고는 있지만 아직도 현금만 받는 가게가 수두룩하다. 2만∼3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카드단말기조차 갖추지 않고 있고, 상인회와 관계 당국은 방관만 하고 있다.

최근 중앙시장에서 동구 공정관광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분식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지 방문객은 “신용카드가 안 되는 곳은 전국에서 대전 중앙시장뿐일 것”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대전시는 내년 10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를 유치했다. 시는 전 세계에서 5000여 명이 참가하는 이 행사가 1993년 대전 엑스포 이후 최대 국제 행사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들이 대전을 찾는다면 ‘방문 선호도 1위’는 아마 전통시장이 될 것이다. 시장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갖추길 당부한다.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 doyoce@donga.com
#대전역#대전 중앙시장#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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