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출항해 20개월 바다위에… 원양어선 선원들의 생활상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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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 출신 ‘옵서버’ 최희철씨,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 펴내
“물 부족에 바닷물로 씻고 빨래… 비닐하우스 설치해 채소 재배”

2016년 9월 동부 태평양어장에서 항해 중인 최희철 씨. 그는 “일반인들은 원양어선 선원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이 있다. 책을 통해 실제 선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희철 씨 제공
2016년 9월 동부 태평양어장에서 항해 중인 최희철 씨. 그는 “일반인들은 원양어선 선원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이 있다. 책을 통해 실제 선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희철 씨 제공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매일 참치를 사 먹을 수 있는 시대예요. 하지만 우리는 그 생선을 어떤 바다에서 누가 어떻게 잡는지 거의 모르죠.”

최희철 씨(60)는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업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부터 7년간 원양어선 항해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한 번 항해를 떠나면 최소 2년은 육지를 밟을 수 없는 답답함과 힘든 생활에 하선을 결정했다. 20년 넘게 닭 도매업을 하던 그는 6년 전 다시 배에 올랐다. 국제수산기구나 개별 국가의 지정을 받아 원양어선에 승선해 불법 어업을 감시하고 해양생태계 정보를 수집하는 옵서버 자격으로 바다로 돌아온 것.

최 씨가 최근 발간한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해피북미디어)은 그가 2016년 8월부터 4개월간 동부태평양어장에서 눈다랑어를 잡는 연승어선(延繩漁船·낚싯바늘을 여러 개 매단 낚싯줄을 바다에 던져 생선을 잡는 어선) 517 남궁호에 탑승해 바라본 어업 현장을 담은 해양 체험 문학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3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선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다른 직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양어선 선원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부태평양어장 원양어선은 최소 20개월을 바다에서 보낸다. 최 씨는 물 부족을 원양어선 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조수기로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물을 얻지만, 선박 노후화로 조수기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을 물도 부족하다 보니 씻고 빨래하는 데는 바닷물을 쓴다. 빨랫감을 노끈에 묶어 바다로 던지고, 달리는 배의 힘으로 빨랫감을 바다 표면에 두드려 찌든 때를 빼는 식이다.

원양어선에 2인용 텐트 서너 개 크기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상추, 방울토마토 등의 채소를 재배하기도 한다. 채소는 유통기한이 짧아 출항 후 한 달이면 동나기 때문이다. 배의 무게중심을 해칠 수 있어 시설물을 설치하는 게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망망대해에 놓인 선원들의 생존방법이다.

최 씨가 항해사로 근무했던 30년 전과 달라진 점은 어업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일일이 손으로 낚시를 바다에 내리던 수동 방식에서 이제는 기계가 수천 개의 낚시를 한 번에 자동으로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 배에 무선인터넷 시스템이 생겨 먼바다에서도 가족과 연락하고 육지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최 씨는 어업과 해양생태계의 관계도 강조했다. “어획량이 수입과 직결되다 보니 선원들은 휴일 없이 일하고 가까운 항구에 입항하지도 못해요. 배에 쌓이는 폐기물은 아무도 모르게 바다에 버려지죠. 해양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선 어획량과 무관하게 선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등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원양어선#선원#체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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