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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정원수]‘대한민국 검사’가 안 보인다

입력 2021-11-15 03:00업데이트 2021-11-1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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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분할’ 검찰 공소장, ‘성명 불상’ 공수처 영장
검사들의 사명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가 되는 것
정원수 사회부장
‘부부장검사 1명, 수사 참여 검사 17명.’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지난달 21일과 이달 1일 두 차례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공소장에는 검사 18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 검사 2, 3명의 성명을 함께 적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 하지만 부부장검사가 대표로 서명하고, 소속 검사뿐만 아니라 파견된 검사들까지 10명 이상의 이름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공소장은 처음이라고 해도 될 만큼 흔치 않다.

궁금해서 반부패 수사 경험이 많은 전현직 검사들에게 “이런 공소장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대부분 “납득이 안 된다”며 놀라워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왜 공소장을 이렇게 썼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묻자 “책임을 18분의 1로 분할한 것”이라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등이 고발돼 수사 대상이고, 검찰의 수사 결과는 나중에 혹독한 검증을 받을 게 분명하다.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수사 지휘부 혼자 한 게 아니라 수사팀 전체의 중지(衆志)를 모았다는 근거를 남겼다는 추론이다.

대형 사건 수사 경험이 없어 수사 초기부터 지휘 능력을 놓고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부장검사의 이름이 공소장에서 빠진 것은 이런 의심을 확신에 가깝게 만든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수사 전체 내용을 보고받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검사는 부장검사 등 몇 명에 불과할 텐데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무책임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담수사팀은 24명 정도인데,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부장검사 1명이 최근 추가로 합류하기 전까지는 차장검사 1명과 부장검사 1명이 전체 수사를 지휘했다. 80명이 넘는 검사가 수사에 참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부장검사 1명의 이름만 기재된 것과 비교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검찰과 다를 게 없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의 핵심 참모였던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에 공수처는 ‘성명 불상’이라는 표현을 23번 사용했다. ‘손 검사가 성명 불상의 검찰 상급자, 야당 인사와 각각 공모해 성명 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도록 한 뒤 성명 불상에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상한 일 아니겠나.

2018년 6월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허익범 당시 특별검사의 수사 능력과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당시 그는 “나는 검사로 재직할 때 ‘대한민국 검사’라는 명함을 갖고 다녔다. 어떤 검찰청을 대표해서 근무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얘기를 듣고 저런 자세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청이나 공수처 등 소속을 떠나 국민으로부터 국가 권력의 행사를 위임받은 검사의 제1 사명은 업무를 수행할 때 중립적 위치에서 일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7조 1항의 명령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공수처 검사가 아닌 대한민국에는 오직 대한민국 검사만 존재해야 한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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