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3만 원 낸 친구의 택배에 ‘눈물 핑’…어떤 사연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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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3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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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원 작가 페이스북
소재원 작가 페이스북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 축의금으로 3만 원을 냈던 친구가 몇 년 뒤 보낸 택배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사연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는 가운데, 사연의 주인공이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소재원(38) 작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식에 와서 3만 원을 내고 간 친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결혼식 때 3만 원을 내고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다”며 “유일하게 고향에서 올라온 몇 안 되는 친구였는데 난 억지로 녀석을 잡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 했다. 친구는 야속하게도 짧은 편지만을 놓고 식이 끝나기도 전에 내려가 버렸다”고 운을 뗐다.

친구는 ‘야간 일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해. 넉넉하지 못해 작게 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끼지 않고 축하한다’는 내용이 적힌 편지만 두고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고 한다.

사실 글쓴이는 친구에게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았기에 부담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쓴이의 결혼 소식이 신문 기사를 통해 알려지며 친구도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가난해 본 사람은 안다. 못해도 왕복 차비를 합쳐 10만 원은 썼을 텐데 친구에게 그 돈은 많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며 “나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미안해하며 밥도 먹지 않고 떠나는, 돈만 부치거나 문자 한 통만 보내도 충분했을 축하를 친구라고 얼굴을 보이려 서울까지 온 녀석이 일 때문에 악수 한번과 짠한 눈빛으로 축하를 대신하고 급하게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라고 전했다.

결혼식을 마친 글쓴이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버스를 탄 친구는 글쓴이의 전화를 반갑게 받았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글쓴이가 “밥 먹고 가지”라고 하자 친구는 “그래도 제수씨 입장하는 건 봤어”라고 답했다. 또 글쓴이가 “배고프잖아. 새벽에 출발해서 아침도 못했겠구먼”이라고 말하자 친구는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조카 장난감 많이 사줄게”라고 했다.

글쓴이는 “우린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알 수 있었다. 서로 울고 있다는 것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몇 년이 지난 뒤, 글쓴이는 친구가 보낸 택배를 받았다. 택배를 뜯어보니 따뜻해 보이는 명이 옷이 들어있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도 함께였다.

편지에는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였다. 안 살 수가 없더라. 밖에 입히고 돌아다니기 좀 그러면 집에서만 입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글쓴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는 내 눈물을 빼내는 마법을 부리는 얄미운 녀석이었다”며 “아내가 손빨래했다. 내일 건조가 되면 입히고 나가 사진을 찍어 보내주자고 했다. 고향에 내려가는 날, 녀석과 밤새워 마셔볼 참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알고 보니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소재원 작가가 공개한 사연이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글을 게재했다.

소 작가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작년 오늘 자네의 이야기를 적은 내 글이 SNS에 남겨져 있었다네”라며 “자네가 그리워 오늘 다시 여기저기 자네와 나의 일화를 담은 글을 작년 오늘 올렸을 때처럼 그대로 올렸지”라고 사연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가끔은 살아가야 한다는 핑계가 소중한 것을 멀어지게 만들고 잊고, 잃게 만드는 듯하네”라며 “한 달에 한 번도 묻지 못하는 안부가 오늘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네 목소리도 듣지 못했단 말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쉬움도 아쉽네. 그저 자네와 단풍놀이 한번 제대로 하고 그 힘으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볼 테니 자네도 기다려주시게. 오늘만큼은 온전히 자네만을 기억해보려네. 무척이나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아 오랜만에 절로 웃음이 난다”며 친구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읽는 내내 눈물 바람이다”, “두 사람의 우정이 정말 부럽다. 오래도록 좋은 관계로 남길”, “좋은 친구가 있는 건 큰 복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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