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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DBR/Management]VR로 고소공포증, 디지털 바이오로 불면증 치료

입력 2021-11-03 03:00업데이트 2021-11-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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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디지털 멘털 케어 시장
디지털 멘털 헬스케어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한계도 있다. 먼저 현재 출시된 제품 대다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모델로 가기에는 디지털 기술이 아직 그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실제 제품을 사용하게 될 고객들의 심리적 저항을 뛰어넘는 것도 과제다.
최초의 정신 질환 약물로 꼽히는 클로르프로마진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53년으로 최초의 근대 의약품인 모르핀(1805년)에 비해 약 150년 뒤졌다. 이는 정신 질환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발전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정신 건강에서 다루는 감정, 행동, 성격, 지능 등은 고차원으로 이뤄진 영역이어서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의학은 문제의 기전을 규명해 그에 따라 질환을 정의하고, 그 기전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정신의학은 기전이 밝혀진 것이 현재까지도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정신 질환인 우울증만 봐도 ‘우울하다’는 증상을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멘털 헬스 시장에서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발전으로 신체 상태, 호르몬, 안면 인식, 대화 등을 분석해 감정의 지속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디지털 도구를 통해 수집하고 측정한 객관적, 생리학적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슬픔’ ‘무의욕’ ‘자살 사고’ 등의 하위 증상별로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월 1호(330호)에 실린 디지털 멘털 케어 시장의 성장 관련 아티클을 요약, 소개한다.

○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자살, 불면증 치료
시장 조사 기관인 퀀털라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멘털 케어 시장은 2021년에서 2027년 사이 연평균 28.6% 성장해 2027년에는 200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원격 의료에 대한 니즈가 예상보다 급격히 커지면서 원격 의료를 빠르게 적용하기에 용이한 분야로 정신 건강 영역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 장애는 기존 의료계에서 활용하는 바이오마커, 즉 진단을 위한 영상 정보 등 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된 생물학적 행동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라이프로그, 웨어러블 데이터 등에서 도출된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을 지낸 토머스 인셀이 창업한 ‘마인드스트롱(Mindstrong)’이 있다. 그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회사 ‘베릴리’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는 인물이다.

마인드스트롱은 스마트폰을 쓰는 행동 패턴을 수집해 인지 기능과 감정 상태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2017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마인드스트롱의 알고리즘 결과는 전통적으로 기억력, 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을 검사할 때 사용하는 검사 방법과 모든 영역에서 상당히 일치율이 높았다. 그리고 불면, 식욕, 죄책감 등의 정서 증상에 대해서도 꽤 높은 일치율을 기록했다.

○ 감성 인식 및 추론 기술
감성 컴퓨팅은 감성 인식 기술, 감성 추론 기술, 감성 표현 기술로 그 분야가 나뉜다. 먼저 감성 인식 기술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뇌전도 장치 등을 활용해 신체 상태, 호르몬, 안면 인식, 대화 상황 등을 분석한 뒤 감정이나 감성의 지속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한편 감성 추론 기술은 인식 기술과 기계학습 등을 통해 감성을 해석하고 추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성 표현 기술은 서비스 로봇이나 가상 비서 등을 통해 인간과 감성을 교류하는 기술을 뜻한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 분야는 심리 상담 AI 챗봇이다. ‘X2AI’가 개발한 ‘테스(Tess)’는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기능이 있는 챗봇이다. X2AI가 미 노스웨스턴대와 함께 연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챗봇을 사용한 학생은 우울증 증상과 불안이 의미 있는 수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마음의 소통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있다. 아르메니아의 스타트업 엑스퍼테크놀로지가 개발한 AI 로봇 ‘로빈’은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가 낯선 사람과 환경, 복잡한 장비,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 등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덜어주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엑스퍼테크놀로지가 위그모어 클리닉에서 4∼12세 어린이 85명을 대상으로 9주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로빈과 소통한 어린이 환자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로봇 사용 전보다 26%포인트 증가했고 스트레스는 3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VR·AR 기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은 주로 불안을 다루는 데 사용된다. 불안으로 인한 회피 행동을 교정할 때, 가상현실에서 불안 상황을 훈련해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불안을 야기하는 자극 및 상황을 난이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훈련하는 기법을 ‘체계적 둔감화’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고소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해 바로 고층 빌딩에 올라가는 대신 좀 더 난도가 낮은 가상현실에서 불안을 해결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가장 선도적인 기업으로는 스페인의 ‘사이어스’가 있다. 이 회사는 공황장애, 공포증과 같은 불안장애뿐만 아니라 섭식 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이 행동 조절이 필요한 질환까지 아울러 다양한 분야에서 VR 기반 치료 콘텐츠를 개발했다. 한편 국내 기업인 ‘에프앤아이(FNI)’는 알코올 및 니코틴 중독을 개선하는 VR 프로그램을 개발해 디지털 치료제로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수진 에임메드 DH본부 상무·정신과 전문의 sjkim@aimmed.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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