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차질이 부른 가전·폰 프리미엄 전략…고가품이 시장 이끌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31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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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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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서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공급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스마트폰·가전 제품서 프리미엄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생산 차질로 인해 저가형 제품을 다량 생산해서 판매하는 ‘박리다매’ 전략이 어려워지고 부품 재고를 프리미엄 제품 제조에 우선 소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소비자 측면에선 주요 제품 공급 지연 탓에 구매폭이 좁아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보복 소비’ 영향이 맞물리면서 스마트폰 가전 프리미엄 전략이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3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3억4200만 대로 지난해 동기(3억6600만 대)에 비해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3분기 잠정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000억 달러(약 117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해당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규모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대수가 줄었는데도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고가 제품 판매가 늘었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 매출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 등 ‘폴더블폰’이 출시 이후 한 달간 200만대 이상 팔리면서 전세계 프리미엄 경쟁에 불을 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6900만 대로, 지난해 동기(8100만 대)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사업부 매출은 같은 기간 30조4900억 원에서 28조4200억 원 소폭 줄어 글로벌 부품 공급난 등에도 ‘선방’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대중화 전략이 통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애플도 9월 공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3 제품 판매가 순항하면서 3분기 출하량이 4800만 대로 집계됐는데, 중저가 전략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맹추격하다가 부품 수급난에 출하가 주춤한 샤오미(4440만 대)를 3위로 밀어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글로벌 부품 부족으로 인해 스마트폰 생산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대형사들이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로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TV 등 가전에서도 프리미엄 제품군에 선투자한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난 가운데서도 선방하는 현상이 감지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가, 이 역시 글로벌 공급난 탓에 중저가 제품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억눌린 소비자 수요가 프리미엄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가전을 담당하는 H&A 매출이 7조611억 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LG전자는 올해 가전 부문 매출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프리미엄 제품인 ‘신가전’ 매출 확대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LG전자 측은 29일 실적발표회서 “신가전 매출 비중은 2018년 14%에서 올해 17~18%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고제품군인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전략에 투자해온 LG디스플레이도 공급 위축 속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디스플레이 출하 면적(840만㎡)도 전 분기(890만㎡)보다 5.6% 정도 떨어졌지만, 매출은 7조2232억 원으로 전분기(6조9656억 원) 대비 4% 성장했다. 글로벌 부품 공급난 탓에 시장 전망에 비해선 실적이 주춤했으나, 프리미엄 TV 제품 판매 확대 추세 속에서 체질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부품 공급난으로 인해 중저가 시장에서 박리다매 전략으로 성장해온 중국 제조업 영향력이 주춤한 사이 프리미엄 전략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고수익 제품 판매로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겐 글로벌 공급망 차질 기간이 중국 업체의 추격을 늦췄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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