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마취되면 의사 바꾸는 ‘유령수술’, 상해 여부는 법조계도 의견 갈려

  • 뉴시스
  • 입력 2021년 10월 26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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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마취한 후 집도의를 바꾸는 이른바 ‘유령수술’에 대해 “환자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현직 의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검찰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유령수술을 ‘의사를 바꿔치기 하는 사기’로 보거나 이로 인한 사망사고가 일어날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로 판단하며 “상해죄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인데,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령수술 행위에 상해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직 의사이자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 벤데타’ 김선웅 대표 등은 최근 국가를 상대로 2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대표 측은 유령수술이 신체의 상해를 입히기 때문에 상해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관련 사건에서 상해죄를 적용하지 않은 검찰과, 이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보건복지부 때문에 “법익이 침해당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과 보건복지부 측은 각각 “(원고가) 상해죄의 구성요건이라는 법리를 오해하고 있다”,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해 침해된 법익이나 발생한 손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유령수술로 인한 상해를 고의성 있는 상해 등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대리수술 자체를 미필적 고의로 보는 시선이 있는 반면, 치료 행위의 일부이기에 목적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칼을 들고 침습(侵襲)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고의가 인정되는 행위”라며 “동의받은 의사는 그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동의받지 않은 의사 혹은 비의료인이 칼을 대는 순간 상해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령수술은 의사가 직무상 범위 내에서 일반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는 범죄유형을 벗어나 지극히 반사회적인 것”이라며, “그런데도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법 적용으로 대부분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고, 극히 일부분만 사기죄와 경합해 공소가 제기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의 행동에 검찰이 면죄부를 줄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며 “지금과 같은 검찰의 해석은 사실상 유령수술을 방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보건·의약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로 인증한 유모 검사는 지난 2015년 춘계공동학술대회에서 “동의받지 않은 의사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환자에 대한 ‘적대적인’ 신체 손상을 의도했다고 볼 수 있다”며 상해죄 처벌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유령수술’을 한 의사에 상해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행법상 대리수술에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상담한 의사와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행위에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규정이 없다 보니 처벌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은 치료행위”라면서 “유령수술은 환자와의 약속, 신뢰 관계를 깨고 다른 사람이 수술하는 건데 잘못되면 의료 과실의 책임을 지는 거지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상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도 “유령수술 문제가 대두된 이후 의료법에 ‘설명의무조항’이 법제화되면서 집도의가 바뀔 경우 (환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면서도 “이는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처분이고 통지만 하더라도 과태료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워진다”고 맹점을 짚었다.

또 “어느 의사가 대리수술에 들어갔다고 해도 상해 의도를 갖고 집도하는 의사는 없다”며 “그런 경우 처벌 형량에 차이를 둬야지 상해죄로 혐의를 바꿔 처벌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을 냈다.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환자에게 기능적으로 신체에 장애를 일으키기 위함이 아닌 몸 상태를 치유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상해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상해 고의 입증 여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원래 수술을 약속한 의사가 실제 집도의에게 (수술을) 맡겼을 때 의료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는 인식을 밝혀야 하는데 그 고의를 입증하기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예측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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