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종석]썰물 시절 잊은 골프장

김종석 스포츠부장 입력 2021-10-22 03:00수정 2021-10-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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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호황 속 바가지-거품 그늘 짙어져
대중화와 저변 확대 향한 굿샷 날려야
김종석 스포츠부장
“제품이 없어 못 팔아보긴 처음이다. 의류는 3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최근 만난 한 골프용품업체 임원은 이렇게 말하며 표정 관리를 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골프 브랜드는 직원 1명을 뽑는데 국내외 명문대 졸업생을 포함해 370명이 넘게 지원했다고 한다.

골프산업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골프가 비교적 안전한 야외 스포츠로 여겨진 데다 해외여행이 막힌 영향도 있다. 올해 시장 규모가 용품 3조 원, 의류 7조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온다. 물류 대란과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그립, 샤프트 구하기가 어려워 소비자가 제품 구입이나 피팅에 몇 달씩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골프존은 지난해 3월 3만 원 미만이던 주가가 최근 15만 원을 넘나든다.

지역,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주중에도 부킹난이 심각하다. 일부 골프장은 폭리에 가까운 그린피 인상이 도마에 올랐다. 개별소비세 면제 등 혜택을 보고 있는 대중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45%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8홀 이상 대중골프장 234곳의 주중 그린피는 지난해 5월 13만4000원에서 올해 5월 16만 원으로 19% 올랐다. 강원도의 한 대중골프장 주말 그린피는 이달 33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2년 전 이맘때 16만 원 미만이었는데. 3인 플레이를 해도 무조건 4명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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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SNS 활동과 과시형 소비에 최적화된 스포츠로 꼽힌다. 2030세대와 여성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00만 원도 넘는 고가 의류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동반자와 비슷한 옷을 입을까봐 티셔츠를 여러 벌 갖고 오는 골퍼도 있다. 전후반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쌀수록 인기를 끌다 보니 체형이 비슷한 지인끼리 서로 바꿔 입거나 옷을 빌려주는 렌털업체까지 등장했다.

골프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세계 정상급 국제 경쟁력도 작용한다.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 랭킹 100위 안에 최다인 30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50대 최경주가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한 뒤 임성재와 고진영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같은 날 정상에 올랐다.

이런 선순환이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 근간이 되는 주니어 골프는 위축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현실과 동떨어진 출전 규정과 열악한 훈련 여건 탓이다. 2011년 1639명에 이르던 고교 남녀 등록선수는 올해 836명으로 줄었다. 남자 프로골프의 장기 침체로 남자 고교생 선수는 1178명에서 460명으로 격감했다. 여자 골프는 해외 투어 도전 대신 국내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스타 없는 스포츠는 존재하기 힘들다.

골프업체도 이익만 좇을 게 아니라 한국 골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할 시기다. 청소년 골프 보급 활동, 주니어 골프선수 육성을 통해 진정한 골프 대중화 방안을 모색한다면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다.

이례적인 늦더위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때 이른 기습 한파가 찾아왔다. 골프장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 과도한 비용에 대한 원성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 골프를 대체할 다양한 실내외 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220만 명가량 떠나던 해외 골프관광도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 들어온다고 노만 저을 때가 아니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골프장#유례없는 호황#바가지#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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