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사우디서 받은 호피 가짜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10-13 03:00수정 2021-10-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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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방문… 선물 82개 받아
멸종위기종보호법 저촉 여부 조사
호피의류-상아단검 모조품 드러나
사우디, 알고 줬는지는 확인 안돼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정부로부터 선물 받은 하얀 호랑이 모피로 만든 의류.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가능성 때문에 올해 1월 미 연방총무청으로 이관된 후 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염색된 가짜 모피로 만들어졌음이 드러났다. 사진 출처 미국 연방총무청
중동의 친미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호랑이 모피 의류와 상아 손잡이가 달린 단검이 가짜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 주요 인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관리 상황을 감사관실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후인 2017년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82개의 선물을 건넸다. 여기에는 여성 스카프와 샌들 등 평범한 선물부터 백호(白虎)와 치타 모피로 만든 의류 3벌, 손잡이가 상아로 된 단검이 포함돼 있었다.

백악관 법무팀은 백호 모피로 만든 의류와 상아 단검에 대해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 이 선물을 연방총무청(GSA)에 신고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올해 1월 19일에야 호랑이 모피 의류와 상아 단검을 GSA로 이관시켰고, 이는 다시 올여름이 돼서야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으로 넘겨졌다.

USFWS가 선물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피는 호피 무늬가 염색된 가짜, 상아는 동물의 뼈 성분이 섞인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우디 정부가 선물을 건넬 당시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하원 윤리담당 법무 책임자를 지냈던 스탠리 브랜드 변호사는 “무관심이 됐든 엉성한 일처리가 됐든 아니면 대형 강도사건이 됐든 간에 이번 일은 정부 절차와 법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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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감찰관실은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일본에서 선물로 받은 뒤 사라진 5800달러짜리 위스키를 비롯해 연방총무청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고가의 해외 선물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트남으로부터 22캐럿짜리 금화와 도자기 그릇을 선물 받은 기록이 있는데 이 역시 행방이 묘연하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부인인 캐런 펜스는 싱가포르 총리에게서 금색 명함지갑 2개를 선물 받은 뒤 선물 가격 상한(415달러)을 넘는 가치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도널드 트럼프#호피의류#상아단검#모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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