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에 ‘미친 겨울’ 우려… 英, 무릎 꿇고 에너지 구걸할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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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전문가 등 ‘재앙’ 경고
바람 줄어든 날씨 풍력발전 차질… 국제 석탄-천연가스 가격은 급등
빈곤층은 혹한에 난방 못할 수도
유럽, 천연가스 풍부한 러 눈치만

“올겨울에 영국은 에너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무릎 꿇고 구걸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영국의 금융전문가이자 방송인인 빌 블레인은 최근 영국이 직면한 에너지 부족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며 지난달 30일 이같이 경고했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중이 42%인 영국은 최근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 때문에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국제적으로 급등한 데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도 앞두고 있다. 일부 중산층과 빈곤층은 혹한에도 난방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발전용 원료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과 오랜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 주요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모여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러시아와 단일 협상을 벌이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왕’이 됐다. 에너지 때문에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지각판이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에너지 위기 탓에 “올겨울은 매우 길고 추운 ‘미친 겨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NYT는 최근의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및 석탄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유가는 2014년 이후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세계 경제가 반등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중국이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사태가 아시아와 중남미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중국의 강철, 알루미늄 등 산업이 에너지 위기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에너지 위기#천연가스#오일쇼크#전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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