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수익의 법칙 바뀐다… ‘리니지W’에 쏠린 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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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돈써야 승리’ 논란… 22조 넘겼던 시총, 13조로 줄어
내달 글로벌 버전 출시 앞두고 “과금 상관없이 재미 돌려드릴 것”
‘페이 투 윈’ 시스템 변화 시사… 업계 “해외시장 확대 힘써야”

“미국 회사가 수준 높은 가상현실(VR) 게임 수준을 이만큼 높일 동안, 국내 회사는 이용자들의 결제를 유도하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 수준만 높여놨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선 국내외 대표 게임의 시연 영상을 비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미국 밸브의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와 내달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영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국내 매출은 잘 나왔을지 몰라도 세계 시장에서의 고립은 심화됐다”며 “지금 혁신하지 못하면 미래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게임 장르로 꼽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방식이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이제는 과금 구조에 의존하는 과거의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게임사들도 ‘페이 투 윈(Pay to Win)’ 비즈니스모델(BM)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금 요소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리니지W’의 흥행 여부에 게임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대표 게임인 ‘리니지’의 글로벌 버전인 ‘리니지W’의 출시를 앞두고 최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초창기 리니지의 느낌 그대로 과금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분께 동일한 성장과 득템(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MMORPG에서는 이용자들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또 승리하기 위해 아이템 구매 등에 별도로 돈을 지불하는 이른바 ‘페이 투 윈’ 시스템이 적극 활용돼 왔다. 이런 시스템을 가장 잘 이용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쇼케이스에서 엔씨소프트는 모든 과금 모델을 폐기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페이 투 윈 구조를 약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리니지W의 경우 서비스를 끝낼 때까지 ‘아인하사드의 축복’ 같은 유료 콘텐츠를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경험치나 아데나, 아이템 획득 효과를 늘려주는 일종의 버프다. 기존에 서비스하던 ‘리니지M’과 ‘리니지2M’도 유료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없애기로 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리니지로 대표되는 MMORPG가 일부 이용자의 고액 과금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한계에 부닥친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첨될 확률이 지나치게 낮아서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확률형 아이템을 놓고 이용자 불만이 폭발하면서 큰 비용을 지불하려는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올 2월 초 22조 원을 넘겼던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1일 종가를 기준으로 13조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개발해 온 리니지W도 과금 모델 변화에 나선 가운데 다른 업체들도 이 같은 변화를 거스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 속에 상대적으로 과금 요소가 적은 중소형 게임사의 MMORPG가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았듯 앞으로는 과도한 과금 유도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결국 해외시장 공략 등을 통해 이용자 전체 규모를 늘리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과금 모델은 어차피 한국이나 중국, 대만 등 한정된 국가에서만 통했던 전략이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W는 글로벌 신작으로서 게임의 장벽을 낮추고 전 세계 이용자를 늘리는 등 대중적인 리니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게임#수익#리니지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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