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의 미래가치[기고/변정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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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 명예교수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 명예교수
2019년 세계 공항 면세점 가운데 매출액 1위(약 2조8000억 원)에 올랐던 인천공항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늘길이 막히다 보니 여행객 출입이 거의 없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휴무 상태와 같이 텅 비었다.

2021년 2분기(4∼6월) 인천공항 누계 여객은 118만5000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97% 감소했다.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76개 매장 가운데 46%가 단축 운영하거나 휴점하고 있다. 한국 면세점시장 매출은 2019년 약 24조8000억 원으로 정점에 오른 뒤 코로나19로 지난해 약 15조5000억 원으로 급전직하했다. 이렇다 보니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했던 국내 면세기업들이 면세점 입찰을 기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세계적 자랑거리였던 인천공항이 이런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의 주원인은 첫째,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을 중심으로 한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올 정도로 편중됐기 때문이다. 다이궁 매출은 국내 면세기업 간 경쟁에 따른 과도한 송객 수수료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았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자국민 해외 면세 수요를 국내로 전환해 소비를 진작시키려고 면세한도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등 과감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이후 한국 면세정책의 변화는 응급처치 차원에서 사업 환경 악화에 따른 세금 및 임대료의 대폭 인하, 면세품 재고의 일반 판매 등이 전부였다. 중국의 발 빠른 면세정책 변화와 비교했을 때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인천공항 면세점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적으로 면세점 운영사업자 다양화와 허가제도 개선, 중국의 면세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 등 중장기 계획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인천공항공사는 경영 및 영업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생존을 위한 혁신 노력을 벌이고 있다. 향후 세대 변화에 대비한 디지털 전환 확대, 온라인 중심 소비 패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시내 면세점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스마트 면세점 운영의 일환으로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 구축 등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인천공항 면세점도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고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2014년 제정된 입국 면세 휴대한도 600달러를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고, 실효성 없는 구매가능 한도액 폐지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천공항을 포함한 모든 면세사업자가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정부와 긴밀한 대화로 면세산업의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 명예교수
#인천공항#면세점#미래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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