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핥은 달고나에 확실히 ‘오징어’ 됐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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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이정재-박해수 인터뷰
이정재, 망가진 연기 폭발적 호응 “되게 많은걸 벗어던진 느낌”
박해수 “서울대 출신 실패자 연기 위해 명문대 출신들 직접 만나 인터뷰”

왼쪽부터 이정재, 박해수
왼쪽부터 이정재, 박해수
“(작품에서 제가) 확실히 오징어가 되긴 했죠.(웃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게 현실인가 싶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49)는 29일 화상으로 진행된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성된 영상을) 처음 보고 한참 웃었다”며 “되게 많은 걸 벗어던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박해수(40)도 이날 화상으로 만났다.

‘오징어게임’은 23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세계적인 열풍이 부는 만큼 주인공 성기훈 역의 이정재와 조상우 역의 박해수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실직 후 이혼하고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한 중년 남성 기훈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이정재에겐 “이정재가 제대로 망가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영화 ‘암살’ ‘관상’ ‘신세계’ 등에서 무게감 있고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 해 온 만큼 180도 변신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는 “생활연기를 한 것이지 망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악역이나 강한 역할밖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풀어진 듯한 캐릭터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던 차에 황동혁 감독님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제안해주신 거죠.”

그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작품 설정에 매료됐다. “어른들이 어린 시절 하던 게임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드라마 속 6개 게임 중 가장 어려웠던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 그는 “1.5∼2m 정도 되는 높이에 강화유리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고 ‘마음껏 뛰라’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며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졌고 초반엔 징검다리 간격이 넓어서 뛰기 어려웠다”고 했다.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달고나 핥는 장면’을 두고는 “감독님은 ‘막 핥아 달라’고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라며 웃었다.

기훈을 연기하며 슬픈 점도 있었다. 기훈은 황 감독이 쌍용차 해고자를 참고해 설정한 인물. 그는 “마음이 많이 무겁고 아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라는 기훈의 대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이러면 안 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작품의 대성공을 두고는 “이런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시기가 잘 맞았다”고 했다.

박해수도 “시나리오 안에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극단적인 게임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있어 굉장히 잘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엄청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상우는 극중에서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 입학한 ‘쌍문동의 자랑’이지만 고객 돈으로 선물 등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빚을 지고 한순간에 추락한다. 실제 자신과 많이 다른 상우 역을 위해 그는 명문대 출신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이 갖는 자격지심과 박탈감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 박해수는 “그들에게도 경쟁사회에서 대다수가 갖는 일반적인 박탈감이 있더라. 그걸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해수는 6개 게임 중에선 줄다리기가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줄다리기를 하는 반대쪽은 지게차로 묶어놓고 촬영했는데 그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했다.

“편집이 마무리된 후 황 감독님이 ‘해수 아니면 안 되는 캐릭터’라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많은 분들에게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는데 ‘잘하고 있다. 네 연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어서 너무 감사해요. 삶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징어게임#이정재#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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