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보수 더 내려야” “거래 없는데 숨통 조여” 식지 않는 불만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9-04 03:00수정 2021-09-0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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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아무도 만족 못 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
소비자들 여전히 부글부글… 공인중개사들도 불만 폭발
서비스 질 높이는 게 해법
“부동산 중개보수는 더 내려야 합니다.”(소비자 A 씨)

“공인중개사의 희생을 강요하며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부동산 중개보수체계를 개편했지만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모두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다.

소비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전셋값을 마련하기도 버거운데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중개보수까지 더 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오른 집값만큼 중개보수 부담이 늘었지만 그렇다고 공인중개사들의 ‘벌이’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치킨집이나 편의점보다 많은 게 공인중개업소다. 공인중개사들은 출혈 경쟁으로 지금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정부가 중개보수까지 낮춘다고 하니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중개보수 개편이 근본 문제를 건들지 못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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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만족 못 하는 중개보수 개편


지난달 중개보수 개편안을 확정한 국토교통부는 2일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 가격에 상한요율을 곱한 금액 이내에서 중개보수를 정하는 ‘정률제’ 방식이 유지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 10월부터 상한요율은 지금보다 0.1∼0.4%포인트 낮아진다.

6억 원이 넘는 집을 사거나, 보증금이 3억 원이 넘는 전셋집을 구하는 경우에만 중개보수가 지금의 최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서울과 세종, 집값이 비싼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광역시 일부 주요 아파트 정도에만 해당된다. 올 7월 기준 아파트 중위 매매가가 6억 원 이상인 지역은 서울과 세종뿐이다.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이 3억 원을 넘는 곳은 서울과 세종, 경기 등 3곳이다.

이렇다 보니 지방에선 중개보수 개편의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는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에서 중개보수 감면 혜택을 보는 소비자는 1%에 그친다”며 “수도권 현실만 반영된 개편안”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에서도 10채 중 3채는 감면 혜택 못 받아

서울에 거주한다고 중개보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5만7132건 중 1만6005건(28%)은 6억 원 미만이었다. 이 비중은 도봉구에서는 64.1%에 이른다. 이어 △금천구(61.7%) △구로구(51.4%) △중랑구(51.2%) △노원구(51%) 등도 6억 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이 높다. 중산층 서민이 많이 사는 동네가 중개보수 감면 혜택을 덜 받는 셈이다.

“오히려 중개보수가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요.”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런 말도 나온다. 종전 고가 주택 거래 시 중개보수는 상한요율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해졌다. 개편 이후 공인중개사들이 최대한 상한요율대로 중개보수를 요구하면 실제 수수료 부담은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15억 원 이상 주택 매매 시 실제 소비자가 낸 중개보수는 거래 가격의 0.5%였다. 개정안은 15억 원 이상 상한요율은 0.7%로 정했다. 현행 상한요율(0.9%)보다 0.2%포인트 낮지만 현장에서 실제 통용되는 요율보다는 오히려 높은 셈이다.

○ 치킨집보다 많은 공인중개업소


2일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지 반나절 만에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댓글이 300여 개 달렸다. 대다수가 개편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공인중개사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들은 지금도 수입이 부진한데 중개보수까지 낮추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은 영세 자영업자들로 요즘처럼 거래가 뜸하면 적자를 보기 십상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없어 요즘엔 한 달에 계약서 하나 쓰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 규제로 ‘먹거리’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 지난달 중개보수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갱신계약 비율이 늘면서 (공인중개사를 통한) 전월세 거래 건수가 급감했다”고 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공인중개사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중개시장이라는 ‘파이’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거래량에 따라 들쭉날쭉하지만, 이 파이를 나눠 먹을 공인중개사 수는 매년 꾸준히 늘다 보니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올 6월 기준 11만7738명이다. 영세 자영업자들 간 출혈 경쟁이 심한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치킨집(2019년 기준 8만7000여 개)과 편의점(지난해 기준 4만3000여 개)보다 훨씬 많다.

매년 1만∼2만 개의 공인중개업소가 문을 닫는데도 전체 수가 줄지 않는 건 새로 개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끊이지 않아서다. 돈을 잘 버는 유망 직종이라서보다는 취업난에 떠밀린 구직자들이 다른 전문직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편인 공인중개사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10월로 예정된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는 1983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40만8000여 명이 응시했다.

○ 중개 서비스 수준 높이는 게 근본 해법

일각에선 공인중개업계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여긴다. 고가 주택 1채만 중개해도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버는 공인중개사들이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공인중개사가 20억 원짜리 주택 매매를 중개하면 최고 18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1800만 원씩 받으면 3600만 원을 벌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는 극소수다.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고액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초고가 주택 자체가 없는 데다 공동 중개가 일반적이라 공인중개사가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에서 중개보수를 모두 받는 경우도 드물다.

전문가들이 이번 중개보수 개편을 두고 “급한 불만 껐다”고 평가한다. 중개보수 부담이 과도하다는 여론을 달래는 데 급급해 소비자 불만과 공인중개업계 반발이 나오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개보수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려면 결국 중개보수가 아깝지 않도록 중개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중개보수는 해외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미국의 중개보수는 거래 가격의 최고 6%에 이른다. 매도인이 한 공인중개사에게만 매물을 맡기는 전속 중개가 일반적인 데다 공인중개사로부터 중개는 물론이고 금융, 법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만큼 소비자도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대안이라고는 하지만 전 재산과 다름없는 집을 사고팔면서 모든 위험을 개인이 떠안는 방식은 보편화하기 어렵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서비스의 발전이 근본 해법”이라며 “공인중개업계는 전문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변화하고, 정부도 제도적으로 이런 변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중개보수#불만#중개수수료 개편#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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