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금관, 정밀한 絃… ‘젊은 말러’ 재현…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가능성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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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첫 여름음악축제… 코로나 뚫고 사흘간 ‘클래식 향연’ 펼쳐
개-폐막 오케스트라 이승원 지휘
‘1주일 숙성’ 한계 앙상블 아쉬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9일 열린 여름음악축제 폐막 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이승원 지휘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을 협연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9일 열린 여름음악축제 폐막 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이승원 지휘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을 협연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올해 처음 열린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가 29일 3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공연기획자들의 협의체인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와 예술의전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진 예술가들을 위해 손잡고 마련한 큰 마당이다.

29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폐막 공연은 이 축제를 위해 조직된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콘서트였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란 대개 다양한 자리에서 활동해온 연주가들이 특정 행사를 위해 모이는 비상설 오케스트라를 뜻한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수석급 단원들이 올스타급 앙상블을 이루는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단기간에 합주력을 숙성시켜야 하는 제한이 있지만 개별 멤버의 기량이 출중한 만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특유의 빛이 나는 연주를 기대할 만했다.

이틀 앞선 개막 연주회와 같이 노부스 콰르텟의 비올리스트로 친숙한 이승원이 지휘봉을 들었다. 콘서트 전반부는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협연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이었다. 1악장 도입부의 현이 부풀어 오르는 순간부터 남다른 색깔이 귀를 붙들었다. 현의 인원이 적잖은 편이었지만 악단은 실내악처럼 단정하게 울렸다. ‘모차르트 C장조’의 광휘를 과시하기보다는 빛을 줄이고 그 대신 굽이굽이 기복과 음영을 부여했다.

이런 악단의 표정은 원재연의 솔로가 시작되자 바로 이해됐다. 솔리스트의 개성에 맞춰 악단이 밑그림을 깔아둔 결과였다. 천진함을 과장하기 쉬운 이 곡의 구석구석에 원재연과 악단은 정밀한 음영을 수놓아 한층 성숙한 표정을 지어냈다. 한편 큰 악절이 교차하는 곳에서는 지휘자와 솔리스트가 설정해둔 템포의 설계가 달랐던 듯 뒤늦게 맞춰 나가는 부분들이 귀에 걸렸다.

이승원의 비팅(손젓기)은 예비박을 크게 두지 않았다. 악단이 반사적으로 맞추기보다 세밀히 보며 따라가도록 하는 스타일이었다. 후반부 말러 교향곡 1번에서 이 점은 더 두드러졌다. 악기 파트 간의 밸런스가 탁월해 다양한 조합의 빛나는 음색들이 표현된 반면 1, 2악장의 리듬은 펄떡펄떡 뛰는 편이 아니었다. 영상에 비유하면 미장센은 빛났지만 테이크 연결이 종종 순조롭지 않았던 셈이다. 1주일의 한계 속에 숙성시킨 앙상블의 제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말러는 후반부가 더욱 빛났다. 3악장에서 더블베이스 조재복의 솔로는 호소력이 크고 풍성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전반부에서 종종 불안했던 금관도 4악장에서 빛나는 역연을 들려주었다. 금관의 활력과 생기에 정밀한 현악부가 겹쳐 찬연하고 큰 화폭의 젊은 말러가 재현됐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박지윤이 악장을 맡은 바이올린 파트의 윤택한 음색과 세밀함은 특히 일품이었다.

첫해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면면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했다. 유럽 유명악단 단원 등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주가들이 여럿 국내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첫해에 우연히 최상의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해가 갈수록 더 빛을 더하는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기대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예술의 전당#축제#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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