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경 176km 떨어진 농지 경작 의문…강기윤 용도변경 압력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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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1명 제명-5명 탈당 요구

7시간 최고위 연 뒤 브리핑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7시간 최고위 연 뒤 브리핑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24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 12명 중 절반인 6명에 대해 탈당 요구 및 제명 조치를 했다. 국민의힘은 “6명을 출당시킨 강도 높은 징계”라고 주장했으나 절반인 6명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으면서 당초 더불어민주당보다 센 징계를 공언했던 이준석 대표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 “한무경, 3만여 평 농지 경작 의문”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7시간여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권익위가 적발한 12명 의원 전원을 화상으로 연결해 소명 절차를 거친 뒤 만장일치로 징계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제명된 한무경 의원은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강원 평창군에 농지 총 32필지, 약 11만 m²(3만3275평)에 달하는 대규모 땅을 구입한 뒤 경작을 하지 않아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권익위는 “한 의원의 주소지는 대구광역시로 해당 필지와 직선거리로 약 176km 떨어져 있다”며 “농업경영계획서에 팥, 잡곡, 채소 등을 경작한다고 썼으나 현장 조사 결과 해당 필지들은 토지 진입로가 철문으로 닫혀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권익위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여야 동수를 만들기 위해 끼워 맞추기식 조사를 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비례대표 신분이어서 제명되더라도 무소속으로 의원직은 유지된다.

탈당 요구를 받은 의원들 중 강기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의 과수원 부지를 매각하면서 보상금 6000만 원을 과다 지급받은 사실이 창원시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국회의원 신분으로 담당 공무원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자신의 토지를 공원구역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철규 의원은 딸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 이주환 의원은 부모와 공동 취득한 1만1900m² 규모의 부산 해운대 인근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주차장 영업 등을 해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세 의원은 모두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 정찬민 최춘식 의원은 당사자의 거부로 관련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 이준석 ‘셀프 면죄부’ 논란

당초 이 대표는 “민주당보다 엄격한 조치”를 예고했고, 당내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부동산 실정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민주당보다 강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권익위의 결과가 발표되자 지도부 내에서는 “투기 여부에 대해 시비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결국 6명에 대해서는 소명이 됐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셀프 면죄부’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의원들에 대한 권익위의 검토 결과 전문을 그대로 공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권익위가 민주당에 적용했던 잣대와 국민의힘에 적용했던 잣대가 공정했는지 국민들은 확인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권익위의 통보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조치에 대해 민주당은 공식 논평으로 “국민의힘의 신속한 결정과 조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부동산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 대부분에 대해 사실상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정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출당 완료 시 개헌저지선 붕괴
104석의 국민의힘은 한 의원의 제명에 더해 탈당을 요구받은 5명이 실제로 탈당할 경우 의석수가 98석으로 줄어 개헌저지선(101석)이 붕괴된다. 당 관계자는 “탈당했다가 수사 기관에서 문제가 없으면 복당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징계 소관기관인 윤리위원회가 임기 만료로 공석인 상황에서 최고위의 탈당 요구 및 제명 결정이 효력이 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속히 윤리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달리 탈당 권유 대상자가 탈당하지 않으면 자동 제명된다”며 “민주당처럼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들이 버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국민의힘#탈당 징계#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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