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종교학? 역사학? 그것 참 헛갈리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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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사 깊이 읽기, 종교학이 아닌 역사학으로/이광수 지음/440쪽·2만5000원·푸른역사

“이 책은 어떤 분야의 책일까?”

서점 MD는 어떤 책을 보든 이런 궁금증을 품는다. 문학, 인문, 과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따라 담당 MD가 정해지기에 평범한 독자와 달리 MD들에게는 중요한 사안이다. 분야에 따라 책을 진열할 위치와 판매 전략이 달라져 매번 책을 어떤 분야로 분류할지 고민하곤 한다.

하지만 시면 시, 소설이면 소설처럼 분야가 딱 나뉘는 책이 아니어서 난감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책도 분야를 나누기에 애매한 책이다. 인도의 철학과 사상을 다뤘기 때문에 인문분야지만, 힌두교를 다뤘으니 종교분야라고 볼 수도 있다. 내가 일하는 서점은 이 책을 역사분야로 분류한다. 저자가 종교학이 아닌 역사학으로 힌두교와 인도를 설명한 사실에 방점을 둬서다.

저자는 1990년대 국내 출판계 풍경을 회상한다. 당시 류시화 시인이 쓴 인도 여행기가 출판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1895∼1986)나 오쇼 라즈니쉬(1931∼1990) 같은 인도 사상가의 책들이 서점 한쪽을 장식하기도 했다. 일부 독자는 고대 인도의 철학 경전인 ‘우파니샤드’나 힌두교 성전 ‘바가바드기타’를 읽었다. 책을 읽은 이들은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요가 학원을 찾았다.

저자에 따르면 인도를 향한 낭만주의적 호기심은 18세기에 시작됐고, 인도 민족주의 운동을 주도한 국제 종교단체 신지학회에서 꽃을 피운다. 신지학회는 힌두 문명이 정신주의인 반면 유럽 문명은 물질주의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식의 단순한 이분법 구도가 1990년대 국내에서 일었던 인도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인도에 대한 이해는 틀렸다고 말한다. 역사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도인의 이상은 다르마(법), 아르타(부), 카마(성애)의 조화와 목샤(해탈)다. 목샤의 기초가 되는 앞의 세 가지가 철저히 비정신적인 영역이다. 저자는 힌두교 사상이 고정된 게 아니라 사회 변화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변해왔다고 주장한다. 인도에서 한때 최고신이던 인드라는 후대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 최고신의 추락이라니…. 기독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인도에서는 신마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상이 변해왔다. 하물며 인간에게 닥친 변화는 얼마나 역동적이었을까. 여타 세계 종교가 그러하듯 힌두교 역사 역시 수많은 사람의 사유와 욕망이 교차한 결과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평면적인 역사책이 아니다. 사상, 종교, 경제, 문화의 측면을 풍성하게 다뤄 역사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책의 분야를 정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
#종교학#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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