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천안함 전사자’ 부인 별세, 남편과 합장…11년 만에 안타까운 해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2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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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전사자 정종율 상사 부인 암투병 끝 21일 별세
23일 천안함 46용사 묘역내 남편 묘에 합장…천안함 전사자·유족 합장은 처음
고교 재학 중 외아들이 유일한 유족, 최원일 전 함장 “주위 도움 요청”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 힘 대선주자들 애도 잇따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천안함 46용사’ 가운데 1명인 고 정종율 해군 상사의 부인 정 모씨가 21일 암투병을 하다 별세했다. 향년 44세.

정 씨는 23일 발인을 거쳐 국립대전현충원내 천안함 46용사 묘역의 남편 정 상사의 묘와 합장될 예정이다. 천안함 전사자와 유족의 합장은 처음이다. 11년 전 조국 영해를 지키다 북한의 폭침 도발로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산화한 남편, 그 남편을 그리워하던 부인이 뒤늦게나마 해후를 하게 된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 당시 정 상사는 천안함의 엔진을 담당하는 기관부 내연사로 근무하다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동료들과 전사했다. 이후 인양된 천안함에서 27번째로 유해가 수습됐다.

고인은 남편을 충격 속에 떠나보낸 뒤 6살 난 외아들을 데리고 인천의 한 보험업계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하지만 3년 전 암 진단을 받고 힘든 투병 끝에 세상을 뜬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올해 고교에 진학한 아들 뿐이다.

정 군은 초등생 시절이던 2015년 천안함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유족을 대표해 아버지를 그리는 편지를 낭독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정 군은 당시 “아빠. 얼굴을 잊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아빠 사진을 봐요. 아빠에게 다짐해요. 아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강한 남자로 자라겠다고. 그래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겠다고 약속해요. 아빠.”라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천안함 폭침도발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은 22일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고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하면 주위의 도움을 요청했다. 최 대령은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한한 생떼같은 고교 1학년 아들 하나만 세상에 두고 눈도 제대로 못감고 돌아가셨다”면서 “2010년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오늘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어머니까지 잃었다”고 적었다.

이어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린 아들은 어머니마저 떠나보낸 후, 홀로 남겨진 세상을 깨닫기도 전에 깊은 충격과 좌절에 빠져 있다”며 “어울리지 않는 상복을 입고, 미성년 상주가 돼 눈물 흘리며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키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도움을 요청 드린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최 대령은 “심지어 부인은 주변에 폐 끼칠까봐 암투병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외로이 투병하다가 제게 조용히 하나뿐인 아들을 부탁하고 가셨다”며 “조국을 위한 남편의 의로운 죽음이 자주 폄훼되는 것이 평소 깊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지인들이 전해주기도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당장 장례비용이 걱정인 상황입니다. 부디 천안함 가족인 어린 아들이 용기를 내 세상에 일어설 수 있도록 여러분이 힘을 보태 주십시오. 저 또한 염치 불구하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며 본인 동의 하에 유자녀 계좌(예금주 정주한, 하나은행 873-910274-23107)를 공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아버님에 이어 어머님까지 떠나보내 드린 17세 아드님의 큰 슬픔에 위로의 말을 찾기조차 어렵다”며 “최원일 함장,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전우회장을 포함한 전우들의 상심도 무척 크리라 생각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 한번 아드님이 부디 용기를 잃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최근 6·25 전쟁영웅인 부친 고(故) 최영섭(해사 3기) 퇴역 대령의 상을 치른 바 있다. 매년 천안함 희생 장병의 넋을 기려 온 유승민 전 의원도 SNS에서 “홀로 남겨진 고인의 아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조의를 표했다.

유 전 의원은 “천안함 폭침 때 여섯 살이던 아들은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데 어머니마저 잃었다는 슬픈 사연‘이라며 ”고인은 하나뿐인 아들을 최원일 천안함장에게 부탁하고 외롭게 돌아가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를 여의고 홀로 남겨진 이 아들은 우리 모두가 돌봐야 할 우리의 아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따뜻하고 강함을, 이 아이가 외롭지 않음을 많은 분이 증명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박 진 의원도 SNS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고 썼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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