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위, 군함도 약속 안지킨 일본에 “강한 유감” 첫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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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2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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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항공사진(출처 위키디피아)© 뉴스1
군함도 항공사진(출처 위키디피아)© 뉴스1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의 ‘군함도 왜곡’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201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군함도 등 이른바 ‘메이지(明治) 일본 산업혁명 유산’에 대한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한 결과, 일본이 ‘강제징용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이례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세계유산위는 12일 공식 홈페이지에 ‘세계유산위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을 게재했다. 여기에는 ‘당사국이 관련 결정을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strongly regrets) 표명’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유산위는 어떤 문화재가 유산으로 결정되면 2년마다 해당국이 위원회의 결정을 잘 이행했는지 점검을 하고 결정문안을 내고 있다.

국제기구의 문안에 ‘강한 유감’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18년 결정문 안에는 ‘강력 촉구(strongly encourage)’라고 됐지만 이번에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일본이 ‘충실히 약속을 지켰다’고 (입장을 밝혀 왔지만 그것이) 맞지 않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명시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위는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시설 23곳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을 당시인 지난 2015년 7월, ‘각 시설에 전체 역사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전략을 마련하라’고 일본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은 당시 Δ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강제노역 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 Δ인포메이션 센터와 같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하겠다 등 2가지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의지도 보이질 않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인포메시션 센터 건립 자체만을 가지고 약속 이행을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6월 일반인에게 공개한 ‘산업유산정보센터’(도쿄인포메이션센터)에 오히려 강제노역을 부정하거나 조선인에 대한 차별도 없었다는 등의 증언이나 자료를 전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역사를 부정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당시 외교부 대변인 유감 성명 발표, 주한 일본대사 초치를 비롯해 외교부 장관 명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이를 완전 무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 일명 ‘군함도’ © AFP=뉴스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 일명 ‘군함도’ © AFP=뉴스1

일본은 지난 2017년 12월 세계유산위의 권고에 대한 이행경과 보고서(SOC 리포트)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2015년 약속했던 후속조치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2018년 6월 세계유산위는 Δ2015년 결정문 충실 이행 Δ다양한 국제모범 사례 고려할 것 Δ당사국과 지속적인 대화 독려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결정문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2019년 두 번째 이행경과보고서 제출 시에도 약속했던 후속조치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일본은 도쿄인포메이션센터 등은 건립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속을 이행했는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대화 요청에도 일본의 소극적 자세로 사실상 실질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인포메이션센터 설립 전인 지난해 2월, 우리 정부가 인포메이션센터의 객관적 건립을 위해 공동조사단 운영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참고로 일본과 같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은 나치 독일이 유대인과 전쟁포로를 강제 노역으로 동원한 졸페라인 탄광 등에 기념비 설치, 피해자 사진 전시 등을 통해 ‘부끄러운 과거의 민낯’을 숨기지 않았다.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는 이를 대표적인 ‘국제모범 사례’로 보고 있다.

일본 측의 일련의 행보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세계유산위 21개국과 지속적으로 접촉했고 관심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초 도쿄에 파견됐다.

이들은 호주와 벨기에, 독일 국적의 세계 유산 전문가로 도쿄인포메이션센터의 구성과 한국 측이 제기하는 문제 등을 1명은 현지 방문, 2명은 온라인으로 시찰했다. 이후 총 6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의 조치 불충분·불이행’ 결론을 내렸다.

외교부.© News1 안은나
외교부.© News1 안은나

아울러 정부는 이번 세계유산위의 ‘강한 유감’ 표명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2년마다 권고가 계속 나오고 더 강력한 압박이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강력한 권고안이 나왔기 때문에 일본이 성실히 이행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는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 세계유산 등재 취소가 실현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세계유산협약이나 가이드라인을 보면 세계유산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는 유산 자체의 본질적인 특수성이 완전히 훼손된 경우로 굉장히 국한돼 있다”며 “취소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산 자체 훼손 또는 제대로 보전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등재 취소를 위해서는 세계유산위 위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대다수의 판단이다.

한편 제44차 세계유산위는 오는 16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열린다. 이번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점검’에 대해서는 21일 또는 23일께 결정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미 사전에 (유네스코) 사무국에서 조율했기 때문에 토론 없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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