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안’ 최재형 사퇴…야권 대선 판도 출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8일 1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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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사의표명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대선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사의표명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야권 대선 판도가 출렁일 전망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집중 공세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 원장이 대안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야권 대선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최 원장은 이날 대선 출마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사실상 대선주자로서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에 출근하면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차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정치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원장은 ‘언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자세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 원장이 이날 사퇴한 것만으로도 사실상 링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 원장은 당분간 중립성 논란을 감안해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최 원장도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련해 제가 감사원장직을 계속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장이 사퇴 후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할 경우 발생하는 중립성 논란을 고려해 당분간 잠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 원장의 결단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정치 도전을 선언한 뒤 국민의힘 입당을 거쳐 대선 경선 일정에 늦지 않게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외부 인사들의 입당을 촉구하며 8월 이후 경선 버스를 출발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최 원장은 윤 전 총장이 ‘X파일’ 논란 등으로 집중 공세를 받는 동안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최 원장은 윤 전 총장과는 상대적으로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판사 출신인 최 원장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관한 감사원 감사를 진행하면서 원칙을 지키는 법조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최 원장의 가족사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 명의 자녀 중 두 자녀를 입양했고, 부친은 6·25전쟁 때 대한해협 해전에 참전한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본인도 육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치는 등 보수 진영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은 윤 전 총장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두 자릿수 지지율에 도달해야 윤 전 총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X파일’ 논란 등과 관련해서도 직접 입장을 밝히며 정면 돌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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