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벼운듯 진지하네, 젊은 작가들의 유쾌한 시선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6-12 03:00수정 2021-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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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심너울 지음/264쪽·1만5000원·위즈덤하우스
◇소크라테스 헬스클럽/현상필 지음/368쪽·1만6000원·을유문화사
김나시온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체력을 단련한 시설이자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사교장 역할을 했다. 현상필은 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소크라테스(위쪽 사진)와 플라톤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을유문화사 제공

철학자가 쓴 책은 어쩐지 무겁게 느껴진다. 책을 펼치면 저자가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무지한 독자들을 혼낼 것만 같다.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에 대한 고뇌를 털어놓는 소설가, 휘황한 철학이론을 펼치며 지성의 위대함을 예찬하는 철학자의 글을 읽기보다 유튜브나 가볍게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두 신간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는 가벼워 보일지 모르지만 속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들이다. 그리고 발칙하다.

공상과학(SF) 소설가 심너울은 작가란 신비한 존재라는 편견을 깨는 에세이를 내놓았다. 그는 자신이 쓰는 원고를 ‘헛소리’로 정의하고, 매일 쓰는 소설을 억지로 쥐어짠 것이라고 말한다. 백지를 볼 때마다 마감 압박에 시달리다 에세이를 기어코 완성한 건 출판사에서 추석 선물로 보낸 굴비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해외로 도망칠 수 없어 원고를 썼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책상 생활자’로 부르는 대목에서는 젊은 작가 특유의 발랄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책 곳곳에 젊은 작가로서의 깊은 고민도 묻어 있다. 심너울은 2019년부터 대명사 ‘그’ 뒤에 ‘계집 녀(女)’를 붙인 ‘그녀’를 작품에 쓰지 않고 있는데 젠더 감수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말한다. 문학이라는 철저히 주관적인 영역에 온라인 별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지만, 소비자를 위한 정보라 불가피하다고 털어놓는다. 유머 안에 숨겨진 작가의 진지한 시선을 느낄 때 그가 단순히 웃기는 작가가 아님을 깨닫는다.


철학과 인문학 강연자로 활동하는 현상필은 신간에서 몸매 관리를 중시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철학자는 산책이나 명상을 즐기며 지적인 토론만 즐길 것 같지만 실제 고대 그리스에선 육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 플라톤(기원전 427년∼기원전 347년)은 레슬링 경기에서 두 번이나 우승할 정도로 유명한 레슬러였다. 플라톤은 그리스어로 ‘넓다’는 뜻인데 그의 어깨가 넓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올바르게 가려는 자는 젊을 때 아름다운 몸을 향해 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운동을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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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소크라테스(기원전 470년∼기원전 399년)는 세 차례의 군사 원정에 참여한 군인 출신이다. 고대 그리스의 체육관인 김나시온에서 매일 운동하며 몸을 단련했다. 당시 젊은이들이 바글거리는 힙한 공간이던 김나시온에서 핫한 철학 담론들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 같다. 저자는 대학 시절 헬스트레이너로 활동했고, 지금도 매일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몸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았단다. 몸이 빈약한 제자에게 운동을 하라고 나무랐다는 소크라테스의 잔소리를 읽으니 오늘은 헬스장에 가야 할 것 같다.

“몸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족(失足)한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몸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기억상실과 낙심, 까탈스러움, 광기가 종종 많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해 올바른 지식마저 몰아내기도 하지.”(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록’ 중)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소크라테스#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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