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철거공사 축에도 못끼는데”…전문가들이 본 광주 붕괴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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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0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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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2시30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붕괴된 건물에 매몰됐던 45인승 시내버스가 대형 트레일러에 인양되고 있다. 해당 버스는 소속 회사인 대창운수 차고지로 이송될 예정이다.2021.6.10/뉴스1 © News1
10일 오전 12시30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붕괴된 건물에 매몰됐던 45인승 시내버스가 대형 트레일러에 인양되고 있다. 해당 버스는 소속 회사인 대창운수 차고지로 이송될 예정이다.2021.6.10/뉴스1 © News1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현장 5층건물 붕괴사고 원인과 관련해 안전·방재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건물 철거분야에서 20여년 넘게 일해온 김모 대표는 10일 “관련 업종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이번 사고는 인재’라는 것”이라며 “5층 건물 철거라는 단순한 상황에서 9명 사망이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건물 철거작업의 경우 1층부터 앞이나 옆면의 벽을 조금씩 철거한 뒤 토사를 쌓고 다시 2층, 3층, 4층 등의 순서로 올라가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이어 꼭대기 층인 5층 옥상에 포클레인이 올라가 다시 윗부분부터 순차적으로 한층씩 철거하면서 내려오는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붕괴사고가 난 건물의 경우 아래층 벽면 등의 부분철거작업이 대규모로 이어지면서 건물을 하부에서 받쳐주는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붕괴는 아래층의 옆면과 앞면을 너무 많이 털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축 전문가인 전모 대표 역시 “5층 건물 철거의 경우 사실상 철거공사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손쉬운 공사인데 현장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철거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산먼지 예방을 위해 살포하는 과도한 물이 건물에 스며들면서 무게를 더한 것도 붕괴를 일으킨 원인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특히 이 건물은 도로변과 맞닿아 있으면서 철거작업 과정에서 일반적인 살포량보다 더 많은 물이 살포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 1993년 사용승인이 난 30년 가까이 된 노후건물이란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붕괴와 함께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방재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허술한 안전관리계획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방재전문가인 광주대 송창영 교수(건축공학과)는 “구조공학적으로 봤을 때 허술한 안전관리계획 등 구조적인 맹점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건물 철거가 예정됐던 현장은 인접한 곳에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고 다중이 이용하는 도로가 지나는 곳”이라며 “철거공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버스정류장을 이설하고 주변 인도 등에 대한 출입통제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마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작업하는 중장비가 올라설 수 있도록 해당 건물 뒤쪽에 쌓은 토사 구조물로 인해 쓰러진 건물이 구조적으로 도로쪽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송 교수는 “건물 붕괴 조짐이 보이면 보행자나 차량 통제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자기들만 살겠다는 행태는 세월호 참사와 어쩜 어떻게 똑같을 수 있나라는 자괴감이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시내버스가 매몰됐다.

탑승객 중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를 포함한 8명이 중상을 입은 채 구조됐다. 사망자 중 17세 고교생 1명도 포함됐다.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오후 1시부터 국과수와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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