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200만 시대… 사회 복귀 돕는 정책-관심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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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신체-정신적 후유증 겪는 암 생존자
국내선 사회 복귀율 30%로 낮은편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위암 환자 김모 씨(55)는 최근 힘겨운 암 치료를 마치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오히려 더 불행해졌다고 느낀다. 치료 중에는 ‘어떻게든 이겨내야지’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고 가족도 지지해줬다. 그런데 5년의 치료가 끝나고 “1년 뒤에 다시 보자”는 주치의의 말에 완치의 기쁨보다 버림받는 느낌이 들었다. 위의 70%를 잘라내 식사가 힘들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체중이 줄고 피로감이 엄습하는데 의료진은 별다른 조치가 없다. 딱히 아픈 곳은 없지만 자주 우울하고 불안하다. 오랜 병 수발에 가족도 이제 지쳤다.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암센터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암 5년 생존율은 40%에서 70%로 크게 상승했다. 흡연율 감소 등 암 예방 노력이 중요했고, 국가암검진이 잘 정착된 결과다.

암 생존율이 높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제 국내 암 생존자 수가 200만 명이 넘는다. 암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고통은 잊히기가 일쑤이다. 암 생존자들은 김 씨처럼 여전히 여러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만성적인 피로감과 잦은 통증, 수면장애, 배변장애 같은 증상에 괴롭다. 재발이나 전이에 대한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이렇다 보니 암 생존자의 42∼70%는 불안을 겪는다. 이들에 대한 심리적 지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암 생존자가 겪는 사회경제적 문제 역시 심각하다. 암 생존자는 생계유지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가정에서의 역할 수행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유럽은 암 생존자의 60%가 사회로 복귀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절반인 30% 정도만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통합지지 서비스 활성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일찍부터 암 생존기 관리에 대한 서비스 모델과 정책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암 생존자의 건강 증진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한편으로 관련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 생존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국립암센터가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로 지정받아 암생존자통합지지사업을 수행 중이다.

암은 아직도 편견과 낙인을 부르는 질병이다. 암 생존자 200만 명 시대에 더 이상 생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암 생존자가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도록 그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암 생존자에 대한 범사회적 관심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6월 첫 주는 암 생존자의 위상 강화와 인식 개선을 위한 ‘암 생존자 주간’이다. 이제 암 너머 새로운 일상으로 한 발을 내딛는 암 생존자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낼 때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암 생존자#사회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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