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래 연구 150년… 다윈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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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펴낸 ‘인간의 유래와…’
현대 연구에 미친 영향 분석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1809∼1882·사진)이 1871년 펴낸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은 ‘종의 기원’과 함께 현대의 진화론을 수립한 명저로 꼽힌다. 다윈은 이 책에서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를 협동심과 학습 능력, 문화의 축적에서 찾고 이를 진화의 산물로 해석했다.

세르게이 가브릴레츠 미국 테네시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부 교수팀은 책 출간 150주년을 맞아 다윈의 생각이 100년 넘게 현대의 연구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0일 발표했다.

다윈은 인간을 진화의 산물로 보면서도 연결 고리는 찾지 못했다. 현대 생물학은 인간이 DNA의 96%를 유인원과 공유하는 것을 확인했다. 600만∼800만 년 전 인류와 유인원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있었고, 그 뒤 현생 인류로 진화가 이뤄지며 다른 생물처럼 종이 세분하며 발달해 나갔다는 것도 확인했다.

인간은 협력과 학습 능력이 발달하면서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선택설을 따르는 다른 동물처럼 신체 기관을 진화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현대 과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능력이 260만 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지질시대인 홍적세 동안 길러진 것으로 추측한다. 이 시기 빙하기가 네 차례나 찾아오자 인간은 급격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춰야 했다.

도덕과 사회 규범, 사회 제도 등 인간 행동을 구속하는 요소도 개인 대신 사회가 이익을 얻게 하는 진화의 산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외모나 행동, 신념, 계급으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부산물도 낳았다. 가브릴레츠 교수는 “지금의 사회는 기후변화, 불평등, 전염병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현대 과학이 문제에 답하려면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협력, 문화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윈의 저서들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적 인간관을 피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듣고 있다. 다윈은 유럽인과 다른 대륙의 원주민을 비교하며 진화가 덜 된 존재로 묘사했다. 여성을 평가하는 시각도 뒤떨어진다. 다윈은 구체적인 데이터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남성을 용감하고, 활기차고, 창의적이고, 지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아구스틴 푸엔테스 미국 프린스턴대 인류학과 교수는 20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사설에서 “다윈의 통찰력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근거 없고 해로운 주장은 반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다윈#상상#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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