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음식문화 사라질까? 해양생태계법 개정 추진에 상인 반발

정재락 기자 입력 2021-05-19 15:29수정 2021-05-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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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전문 식당가가 밀집돼 있는 울산 남구 장생포항 전경. 정부가 국내 해역에서 서식하는 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고래고기 음식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울산시 제공
정부가 국내 해역에서 서식하는 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고래고기를 먹는 문화가 사라질 지에 관심이 모인다.

현재 고래는 혼획(어업 활동 중 그물에 섞여 잡 히는 고래)이나 좌초(죽어서 발견된 고래) 된 것이 입증되면 고래고기 식당에서 음식으로 판매되는 등 유통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고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이같은 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울산 장생포를 중심으로 한 고래고기 식당 업주들은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고래보호단체 등에서는 환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안에 범고래와 흑범고래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새로 지정하고, 내년부터는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된다. 한국은 현재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비롯해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 10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올해부터 6종이 추가 지정될 경우 한국 해역에 서식하는 모든 고래류의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되는 셈이다.

정부가 해양생태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 수산물의 대미 수출을 위한 사전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국 내 고래류의 혼획을 금지하고 있다. 또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을 통해 해양포유류의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어획기술로 포획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2023년 1월부터 전면 금지토록 했다. 해수부는 고래 등 해양보호생물종 지정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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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 일대 고래고기 상인들은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한 상인은 “선사시대 바위그림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잡이 모습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고래 음식 문화는 수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며 “각 나라 고유의 전통 음식문화는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 남구 장생포 일대 164만 m²는 2008년 국내 유일의 고래특구로 지정됐다. 러시아 태평양 포경회사가 1899년 태평양 일대에서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장소로 장생포항을 선정하면서 한국의 대표 포경기지로 자리를 잡았다.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금지한 1986년까지 장생포에는 포경선 50여 척이 고래를 잡아 국내 고래고기 수요의 70% 이상을 충당했다. 장생포 앞바다는 귀신고래가 회유하는 것으로 조사돼 1962년 천연기념물 제126호(극경회유해면)로 지정됐다.

장생포에는 현재 돌고래쇼를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을 비롯해 고래박물관과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문화마을이 있다. 고래박물관에서 고래문화마을까지 이어지는 1.3km에는 모노레일도 운행한다. 고래박물관 앞 도로변에는 합법적인 유통과정을 거친 고래고기 전문식당 15곳이 성업 중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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