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X은 재미도 없고 더러운…” 댓글 닫아도 악플은 진화 해법 없나

뉴시스 입력 2021-05-08 06:40수정 2021-05-0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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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이크(박나래 모자이크) 안 하냐?”, “저질 중년 여자”, “박나래 극혐”, “X라 싫음 관상”, “저 X은 재미도 없고 더러운 개그만하고 그냥 없어져라”

규모 면에서 손 꼽히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박나래 관련 게시글에 적힌 댓글들이다. 더 원색적인 비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속된 말로 박나래를 저격한 게시글과 이들의 비난 댓글은 로그인 없이도 접속하는 누구나 볼 수 있다.

악플과 루머에 시달려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쉬었던 설리는 2019년 가수, 진행자, 연기자로 다시 방송의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해 10월14일 그는 향년 25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다. 사인은 ‘극단적 선택’이었다.

외신들 역시 설리의 사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며 한국의 악플 ‘문화’에 주목했다. “온라인상의 노골적인 괴롭힘에 오랫동안 시달려 온 스타”(프랑스 통신사 AFP), “악성 댓글과 싸우던 K팝 스타 설리”(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끔찍한 온라인상 괴롭힘에 시달렸다”(영국 연예매체 더 선) 등 설리의 사망 원인으로 많은 매체가 악플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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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과 관련해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2008년 10월 당대 최고 인기스타였던 배우 최진실(당시 40세)의 갑작스런 죽음에 경찰은 “근거 없는 소문과 이로 인한 네티즌들의 악플이 극단적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악플러들, 포털 기사 댓글창 없애자 SNS·커뮤니티·유튜브로 번식

설리의 죽음을 계기로 주요 포털은 연예 기사의 댓글 기능을 없앴다. 2019년 10월 다음(카카오)을 시작으로, 네이버(2020년 3월), 네이트(2020년 7월) 등 주요 포털 3사는 연이어 연예 기사 댓글창을 폐지했다. 연예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인격 모독성 악성 댓글(악플)을 차단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온라인 문화가 개선되리라 전망했지만, 기대감도 잠시 악플은 플랫폼만 달리해 여전히 기승했다.

오히려 악플은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비교적 규제가 덜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를 통해 쏟아지는 악플의 비난 강도는 더 심해졌고, 연예인의 SNS 계정을 통해 직접 메시지(DM)를 보내는 사례도 증가했다.

그러면서도 ‘악플러’들의 수법은 더욱 교묘해졌다.

법률사무소 시우의 유광훈 변호사는 “온라인상에서 의견은 얼마든지 쓸 수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저질 연예인’이라는 표현이 박나래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모욕일 수 있지만, 박나래의 개그 행위를 특정하면서 기재한 것이라면 개그에 대한 단순한 평가 내지 의견 표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악플이라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누리꾼들이 지능적으로 악플을 쓴다”며 “명예훼손과 모욕에 해당하는 것만 처벌이 가능하고, 단순 의견 표명은 해당되지 않는다. 모욕은 사회적 평가가 저해되는 욕 등이 들어가야 된다. ‘박나래 더럽다’는 악플이 될 수 있지만, ‘박나래의 개그가 더럽다’는 평가 의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서 위헌 결정된 ‘인터넷 실명제’, 여전히 해결책으로 가장 많이 언급돼

‘악플’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여전히 ‘인터넷 실명제’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본인확인제’란 명칭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에서 5년 만인 2012년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이러한 결정을 내리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의 공익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사전 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짚었다.

하지만 설리의 죽음을 두고 ‘인터넷 실명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재논의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악플 근절의 방안으로 인터넷 실명제 재도입을 주장한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가 부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지 모르게 지금처럼 (댓글을 달고) 하면 익명성에 숨어서 책임을 안 지고 계속 (악플을) 배설한다. 잘못된 문화”라고 지적했다.

강동욱 동국대 법대 교수는 “익명성이 있다 보니 (악플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신분이 노출되면 (악플이) 덜 달릴 것이다. 비실명으로 하다 보니, 악플을 다는 게 일상화된 것 같다”며 “의견을 표명하는 것과 실명을 밝히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실명을 밝힌다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와 가치 충돌이 발생해 재도입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고소를 통한 법적 처벌이 최고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악플에 고통받는 연예인들은 저마다 ‘법적 대응’과 ‘선처 없는 강경 대응’을 내세우며 악플러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벌금형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해결책은? 혐오표현과 관련한 담론 형성…이를 바탕으로 한 자율 규제·자정 노력

결국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혐오표현의 기준을 세우고, 자율규제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악플(혐오표현)의 정의와 그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언론과 국민의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부터 자중해야 한다. 언론은 이슈에 대한 중계 보도를 줄여야 한다. 언론의 보도가 사람들의 공격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교수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대화와 토론이지. 비난과 야유가 아니다. 한국은 혐오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어떤 것이 혐오표현이고 무엇을 금지해야 할 것인지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규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욱 동국대 법대 교수는 “처벌로는 안 된다. 처벌을 확대하는 걸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우리 사회의 윤리가 깨진 상태다. 의견 제시와 비판은 다르지 않나. 무엇이 악플인지, 악플의 심각성이 얼만한지 등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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