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페미니스트, 같은 편이 아닐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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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모순된 존재’ 일부 견해 맞서
“트랜스젠더, 정체성 아닌 실천방식”
이춘입 교수 ‘새로운…’ 논문서 주장

트랜스젠더 헤드윅으로 변신 조승우
트랜스젠더 헤드윅으로 변신 조승우
트랜스젠더를 페미니즘 운동과 모순이 되는 존재로 여기는 일부 견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논문이 학계에 발표됐다. 이춘입 동아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여성사학회에 발표한 ‘새로운 역사 분석 범주로서의 트랜스젠더’ 논문이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페미니즘 연구자들의 최신 이론을 분석했다. 현 시대의 연구자들은 젠더 규범을 가로지르는(trans)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생물학적인 성에서 비롯된 고유한 차이가 애당초 없다는 걸 증명한다고 본다. 남성으로 변한 여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남성성’이라는 건 자연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성소수자들의 인권 운동은 사회적 차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운동과 궤를 같이해 왔다. 하지만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일부는 트랜스젠더를 성소수자로 여기지 않고 배척했다. 성별의 변경을 원하는 트랜스젠더라는 존재 자체가 성별에서 비롯된 고유한 특성이 실재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별 간의 경계와 성역할을 적극적으로 허물고자 하는 페미니즘 운동과 대척점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트랜스젠더 연구 경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확장’이다. 트랜스젠더는 1990년대에는 신체적 성전환자만을 지칭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몸을 변형하진 않았지만 지정된 젠더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크로스드레서’, 남성 역할의 레즈비언 ‘부치’ 등이 포함됐다. 최근 연구들은 영구적인 성별 전환이 아닌 일시적으로 젠더 규범에서 벗어난 이도 트랜스젠더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트랜스된 상태’에서 ‘트랜스하는 행위’로 관심이 옮겨가며 생물학적 성에서 비롯되는 고유한 특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트랜스젠더와 성 고정관념을 해체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이 맞닿는 지점이 발견됐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트랜스젠더 연구는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 평가하기에 축적된 결과물이 풍부하지 않다”면서도 “트랜스젠더를 정체성이 아닌 실천 방식의 의미로 해석할 때 기존의 정체성 중심의 연구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트랜스젠더#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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