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필요없어요”…밤10시 룸살롱에 ‘방역지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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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7일 0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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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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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원하시면 QR코드 찍지 않으셔도 됩니다. 10시 이후에도 노실 거면 근처로 이동하시면 되는데 비용은 조금 더 듭니다.”

지난 주말 서울 강북의 한 유흥업소 상무는 술자리 예약 전화에 이렇게 답했다. 유흥업소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오후 10시 이후에는 운영이 아예 금지되지만, 더 오래 놀기를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이처럼 꼼수를 소개시켜 주고 있었다.

오후 10시 이전에 출입하는 손님들에게 적용되는 QR코드도 무용지물이었다. 원한다면 QR 코드를 찍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유흥업소 직원은 설명했다. 책임은 자신들이 다 지겠다고도 했다.

이같은 불법 운영은 최근들어 더 짙어지고 있다. 유흥업소에 대한 방역지침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유흥업소도 이제는 될데로 되라는 식으로 배짱 영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비어있는 노래방을 빌려 장사를 하는 업소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앞서 QR 코드를 찍지 않아도 된다는 유흥업소 한 상무는 “10시 이후에는 셔터를 내리고 미리 빌려놓은 근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드릴수 있다”며 “그 곳은 장사를 하는지도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단속과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종업원은 “지금까지 두 달간 이 곳에서 영업을 했지만 한 번도 단속을 맞지 않았다”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또 접대부들 역시 모두 ‘선제 검사’를 마쳤으니 감염 걱정은 하지 않다도 된다고 안심을 시키기도 했다.

다만, 몇가지 주의사항을 주기도 했다. ‘웬만하면 안에서 전화를 하지는 마라’ ‘소리가 밖으로 둘릴 수도 있으니 노래방 기계 소리를 줄여놨다. 따라서 사용은 최대한 삼가해달라’ 등의 내용이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확산세로 다시 돌아서면서 4차 대유행 기로에 섰지만 이같이 유흥업소의 실상은 사실상 다른 나라 얘기였다.

마음만 먹으면 방역 수칙과 상관없이 술자리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최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연쇄감염이 거듭되며 방역당국이 연일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방역 수칙을 피해 음지로 숨어드는 유흥업소를 모두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달부터 방역의 기본 개념을 일률적인 강제보단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방역’으로 전환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규제를 완화해 영업을 자유롭게 하는 대신 책임을 강화해 방역조치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아울러 규제는 시설 중심에서 개인 활동으로 넘어갔다.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고 이동을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억제하겠다는게 방역당국의 의도였다.

그러나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방역당국의 이같은 방역지침 변경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4차 대유행으로 번질지 모르는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흥시설과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게 영향을 미쳤다.

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간 지역 일평균은 500.6명으로 500명 선을 넘어섰다. 특별한 감소세 없이 27일째 거리두기 2.5단계 기준(1주간 지역발생 일평균 400~500명 이상)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벼랑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방역당국의 지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본다면 4차 대유행은 반드시 온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방역 지침을 다시 강화해 확진자 수를 끌어내려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로나 방역 기본 계획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확진자들이 대부분 유흥시설이나 교회 같이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라며 “유흥업소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감염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것이 부산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이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 속도를 더 빠르게 올리는 것만이 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으로는 하루에 50만명도 접종도 가능하다”며 “지금은 속도전 보다는 백신외교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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