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북-미 대화 기회” 文 도쿄구상에 찬물 끼얹은 북한

권오혁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04-06 18:39수정 2021-04-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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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쿄올림픽을 3개월 앞두고 불참을 선언하면서 도쿄올림픽을 남북, 북-미 대화 재개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 올림픽’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지 불과 1개월여 만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불참을 밝혔지만 현 상황에서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호응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제2 평창’ 구상 무산에 당혹스러운 靑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참석한 뒤 그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물꼬가 트였음을 염두에 둔 것. 문재인 정부가 올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한일관계 복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도쿄올림픽을 남북,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 정부가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북한의 선수단 불참 결정으로 도쿄올림픽을 임기 말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할 반전 카드로 삼으려는 이런 구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 됐다. 특히 4·7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두고 북한이 이 같은 결정을 공개하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의 불참 결정에 대한 의도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불참 이유로 내세운 만큼 한국이 북한을 설득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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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여전히 향후 물밑접촉 등을 통해 북한이 결정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수의 고위급 특사 파견이나 제한된 일부 종목에 대한 선수단의 참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도쿄올림픽 때까진 아직 시간이 많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상징성 있는 일부 종목만 참석을 결정하거나 고위급 인사들 간 교류는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은 도쿄올림픽 구상이 무산되더라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北, 도쿄올림픽 대화 계기 삼을 생각 없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발힌 불참 이유는 코로나19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선수단 불참 결정이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와 단절한 조치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월 한국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도 북한 선수단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대북 적대정책 철회 없이 남북 및 북-미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북한은 도쿄올림픽을 평창올림픽 때처럼 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는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최근 담화에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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