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막은 와퍼 합성사진에…이집트 분노 “버거킹 안 사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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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이 자사 대표 햄버거인 와퍼의 크기를 수에즈 운하 통행 중단을 일으킨 초대형 선박 에버기븐호에 빗대 광고했다가 이집트에서 불매운동 역풍을 맞게 됐다.

중동권 영자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버거킹 칠레법인은 지난달 27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한 에버기븐호 항공사진에 와퍼 햄버거 이미지를 합성해 마치 와퍼가 선박 통행을 가로막는 듯한 모습의 광고 사진을 게시했다. 광고 사진 왼쪽 상단엔 ‘와퍼 더블, 어쩌면 우리가 너무 크게 만들었나봐’라며 햄버거 크기를 강조하는 문구도 달았다. 칠레법인이 올린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서 1500건 넘게 공유됐다.

그러자 이집트에선 해당 광고가 국가 재난을 지나치게 희화하하고 조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랍뉴스는 이집트 소셜미디어에서 ‘버거킹을 거부하자(#BoycottBurgerKing)’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페르난도 마차도 버거킹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 광고물을 자신의 트위터에서 공유하면서 ‘훌륭한 버거킹 광고’라는 표현을 썼다가 역풍이 거세지자 삭제하기도 했다.

수에즈 운하는 연간 통관료만으로 약 56억 달러(6조3300억 원)를 벌어다 주는 이집트의 효자 상품이자 자부심이다. 지난해 이집트 명목 국내총생산(3618억 달러) 기준 약 2%에 해당한다. 지난달 23~29일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입은 단순 통관료 손실만 약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9일부터 운하 통행이 재개된 가운데 31일 오전까지 대기 선박 437척 중 약 250척이 운하를 양방향 통과했다. 평소 대비 운하 통행량이 2배 많아졌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운하서 정체된 선박들이 빠르게 빠져나오면서 항구서 정체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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