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를 어찌할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 방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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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큰돌고래 4마리 방류하라”
10개 동물보호·환경단체 촉구
내달 구청장 재선거 맞물려 쟁점화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울산시 제공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울산시 제공
“돌고래를 어찌해야 하나.”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의 돌고래 방류 문제가 다음 달 7일 치러지는 남구청장 재선거와 맞물려 쟁점화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와 동물자유연대,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10개 동물보호·환경단체는 최근 울산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남구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감금된 큰돌고래 4마리를 즉각 방류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동물보호·환경단체 회원들이 울산 남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돌고래를 바다로 방류할 것을 촉구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최근 동물보호·환경단체 회원들이 울산 남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돌고래를 바다로 방류할 것을 촉구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고래생태체험관은 2009년 문을 열었다. 체험관 1, 2층에는 가로 12m, 세로 16m, 높이 5m의 수족관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정 앞바다에서 훈련을 받은 돌고래 4마리가 사육사들과 함께 쇼를 하고 있다.

동물보호·환경단체들은 “남구는 돌고래 학살지인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돌고래를 수입해 좁은 수조에 가두고 전시와 공연에 활용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무려 8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돌고래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은 남구는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돌고래 감금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남구가 진정한 고래행복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즉시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3년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에 갇혀 있다가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는 방류 8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 바다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다음 달 7일 실시되는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감금된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남구청장 재선거 후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석겸 후보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장이 되면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고래를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공약했다. 진보당 김진석 후보도 “당선되는 즉시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서동욱 후보는 “해양수산부 등 정부의 지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재선거 직후 남구는 돌고래 방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1월 고래류 신규 사육·전시 금지, 올라타기 만지기 등 동물복지 저해행위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년)을 발표한 바 있다. 해수부는 돌고래를 바다로 방류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환경 관련 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전국 해변을 대상으로 고래바다쉼터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 울주군 송정항을 현지 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7월 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김녕 앞바다에 풀어줄 당시 시민위원장을 맡았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돌고래는 하루 100km가량을 유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육을 위해서는 수조의 크기가 최소한 직경 20∼30km 정도는 돼야 하고, 반사 소음에 시달리지 않게 수조의 벽은 ‘재반사 초음파’를 흡수할 수 있는 최첨단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는 이런 수족관을 갖춘 곳이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즉각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는 고래생태체험관을 비롯해 경남 거제씨월드, 전남 여수와 제주 한화아쿠아플라넷, 롯데 아쿠아리움 등 7곳에서 돌고래 29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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