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고령자 백신 접종 D-8…가장 큰 문제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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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에서 뱃길로 50분 떨어진 청산도. 주민이 2000명 정도인 조용한 섬이다. 그런데 청산면사무소 직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박지숙 주무관은 “공직생활 6년 중 가장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22일부터 75세 이상 어르신 498명을 일일이 찾아가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때문이다. 박 주무관도 어르신을 찾아 백신 접종 과정을 설명하고 동의 여부를 묻고 있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어르신에게는 “대통령도 맞는 주사”라며 안심 시킨다.

● ‘75세 이상’ 접종 D-7…교통문제 해결 중요
다음 달 1일부터 일반 가정의 7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시작된다. ‘전 국민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고령층 접종인 만큼 대상자의 건강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동의 여부를 조사하면서 기저질환도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박 주무관은 “당뇨 혈압 치매 등 대부분 서너 종류의 약을 드신다”며 “접종하는 날 약을 가져가 의사에게 꼭 보여드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는 전국적으로 약 364만 명. 인력이 부족해 이장과 통장까지 수요 조사에 투입된 곳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상자를 예방접종센터까지 옮기는 것이다. 이들은 초저온 보관이 필수인 화이자 백신을 맞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전세버스를 빌리거나 업무용 차량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버스를 빌려 어르신들을 접종센터까지 모실 계획인데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예 거동 자체가 어려운 고령자 접종도 문제다. 특히 교통이 불편한 섬이나 산간 지역의 경우 문제가 더 크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24일 “많은 대상자가 개인적 상황이나 지리적 이유로 이동이 어렵다면 백신을 그 근처로 갖고 가는 방법도 찾겠다”고 밝혔다. 마을로 방문접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관 및 운반이 용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개인 사정에 따라 어떤 백신을 맞을지 선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한 지역의 75세 이상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방문접종이 가능하지만, 개인이 백신 종류와 접종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방접종센터까지 배를 타고 나갈 수 있는 고령자까지 일괄적으로 방문접종을 하는 건 역차별 소지가 있다”며 “섬 지역만이라도 선택권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 백신 접종 한 달, “속도 더 높여야”
24일 0시까지 백신 접종자는 70만3612명. 약 한 달간 전 국민의 1.36%가 백신을 맞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11월 집단면역을 실현하려면 접종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신 수급 못지않게 ‘백신 신뢰도’도 중요하다. 정부 조사 결과 국민 1000명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은 68%였다. 맞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85.8%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예상보다 강한 면역 반응과 ‘혈전증’ 논란이 백신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이스라엘처럼 크고 작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24일 60%에 육박했다. 다른 나라보다 빨리,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한 덕분이지만 인센티브 영향도 있다. 이스라엘은 접종자에게 피자, 커피, 병아리콩 요리(홈무스) 등을 무료 제공한다. 백신접종센터 앞에 음식을 제공하는 팝업스토어까지 만들었다. 2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그린패스(녹색여권)’도 발급한다. 이 패스 소유자는 헬스장, 호텔 등을 방문할 수 있다. 자가 격리 없이 그리스, 키프로스도 여행할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차 접종 완료자에 한해 해외 입국 후 자가격리 기간 축소 등의 인센티브를 사전 예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백신휴가’ 도입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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