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바로 앞에 두고 풀스윙한 50대, 공에 맞은 캐디는 실명 위기

공을 줍던 캐디를 앞에 두고 골프채를 힘껏 휘둘러 공으로 얼굴을 맞힌 50대에 대해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4일 경남 의령경찰서 등에 따르면 캐디 A(30)씨는 지난달 14일 의령군 한 골프장에서 B씨 일행의 경기를 돕다가 B씨가 친 골프공에 맞았다.

8번 홀에서 B씨가 친 샷이 해저드(골프장 내 움푹 파인 웅덩이나 연못)에 빠지자 A씨는 “앞으로 이동해 다음 샷을 하라”고 안내한 뒤 공을 주우러 갔다.

그런데 B씨는 아무 경고 없이 그 자리에서 다른 골프공을 꺼내 골프채를 휘둘렀고 B씨가 친 공은 약 10ｍ 앞에 있던 A씨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당시 그린까지 남은 거리가 약 150ｍ 지점에 있어 B씨는 힘껏 풀스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코뼈 골절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또 눈에 받은 충격으로 각막과 홍채 사이에 손상이 생겨 안압이 급격히 상승, 의사로부터 잘못하면 실명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도 B씨 일행은 캐디 교체를 요구해 18홀을 모두 다 돈 뒤 귀가했다.

A씨는 고소장에서 “B씨는 공을 치기 전 피해자에게 공을 조심하라는 취지의 경고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뒤 웃고 떠들며 끝까지 골프를 치고 병원에 실려 간 저에게는 전화 한 통 없었다”고 분개했다.

A씨는 이와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최근 의령경찰서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은 접수됐으며 조만간 관련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의성 여부에 따라 상해나 과실치상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나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