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의 황금발…졌지만 희망 본 홍명보의 울산

  • 뉴시스
  • 입력 2021년 2월 5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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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중미 챔피언' 티그레스에 1-2 역전패
'ACL MVP' 윤빛가람 맹활약…VAR로 득점 인정되지 않아
'새 얼굴' 이동준·김지현·힌터제어 등 가능성
이청용 등 주축 빠지고 짧은 준비 기간에도 선전

‘아시아 챔피언’ 울산 현대가 8년 만에 나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첫 경기에서 아쉽게 역전패했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을 본 홍명보호의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울산은 4일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티그레스 UANL(멕시코)와의 2020 FIFA 클럽월드컵 2라운드에서 전반 24분 김기희의 선제골 이후 내리 두 골을 실점하며 1-2로 패했다.

지난해 1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냈지만,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 티그레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울산은 ‘아프리카 챔피언’ 알 아흘리(이집트)에 패한 ‘개최국 우승팀’ 알 두하일(카타르)과 오는 8일 오전 3시 5·6위 결정전을 치른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그러나 3년 6개월 만에 행정가에서 지도자로 돌아와 첫 경기를 치른 홍명보 감독에겐 아쉬움보다 희망이 더 컸던 무대였다.

클럽월드컵은 홍 감독에게 부담이 큰 대회다. 불과 두 달 전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울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짧은 준비 기간으로 제대로 된 팀 컬러를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 선수단이 자기격리에 들어간 가운데 홍 감독은 지난달 7일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11일 선수단과 첫 상견례를 가졌고, 13일부터 25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격리로 선수단 컨디션은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이청용, 고명진, 홍철, 이동경 등 주축 선수들은 부상 여파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 주니오(브라질)를 비롯해 이근호(대구), 신진호(포항), 박주호(수원FC)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며 선수 변화 폭도 컸다.

약 20일 여일 손발을 맞추기에도 버거운 시간에 울산은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 했다.

심지어 상대는 ‘북중미 챔피언’으로 이적 소식을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에 따르면 선수단 시장 가치가 총 5940만 유로(약 797억원)로 울산(약 256억원)의 3배가 넘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울산은 ‘벼락 준비’에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새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새 얼굴’ 김지현, 이동준은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전북 현대에서 이적한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이 원두재와 함께 중심을 잡았다.

전반 24분엔 윤빛가람의 코너킥을 수비수 김기희가 헤더 선제골로 연결하며 앞서 나가기도 했다.

또 지난 ‘챔피언스리그 최우수선수(MVP)’ 윤빛가람은 후반 12분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상대 진영에서 불투이스의 롱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오른발 논스톱 발리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비디오판독(VAR)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아쉽게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윤빛가람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2골을 실점했지만, 몇 차례 동물적인 선방으로 추가 실점 위기를 넘긴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활약도 변함이 없었다.

홍 감독도 선수단 활약에 만족했다. 그는 경기 후 “강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아주 잘해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기지 못해 아시아 팬들에게 죄송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오늘 100% 충분히 다 발휘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숙제도 남겼다. 후반 교체로 들어온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장신 스트라이커 루카스 힌터제어는 아직 동료들과 손발을 더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 합류 후 곧바로 투입된 실전인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홍 감독 부임과 함께 울산 유니폼을 입은 김지현, 이동준 등 ‘젊은 피’들도 새로운 경기 스타일에 녹아들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울산에서 첫 경기를 소화한 이동준은 “세트피스 실점이 아쉽다”면서 “결과는 아쉽지만,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해서 승리하고 돌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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