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훔치는 장면 루브르서 촬영… 박물관측 맘대로 찍으라며 전폭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넷플릭스 전세계 1위 ‘뤼팽’ 연출
루이 르테리에 감독 서면 인터뷰
영화 ‘트랜스포터’ 등 연출한 유명 감독
“뤼팽, 프랑스인 감성 기질 그린 인물”

드라마 ‘뤼팽’을 연출한 루이 르테리에 감독은 “흑인, 아랍계, 아시아계, 심지어 백인이라도 사회적 계층에 따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왼쪽 사진). 그의 말대로 흑인인 주인공 아산은 자신의 피부색을 활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를 훔친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뤼팽’을 연출한 루이 르테리에 감독은 “흑인, 아랍계, 아시아계, 심지어 백인이라도 사회적 계층에 따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왼쪽 사진). 그의 말대로 흑인인 주인공 아산은 자신의 피부색을 활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를 훔친다. 넷플릭스 제공
프랑스 괴도 신사가 영국 명탐정의 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재해석한 넷플릭스 드라마 ‘뤼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공개 직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아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 상위권에 올랐다.

이 작품을 연출한 루이 르테리에 감독(45)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뤼팽은 아주 프랑스인다운 인물”이라고 했다. 영국인 셜록 홈스가 논리적인 추리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반면에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맞게 감각적으로 대처해나가는 뤼팽에게는 프랑스인의 감성이 담겨 있다는 것. 그는 “프랑스인은 무엇이든 아주 강렬하게, 그리고 많이 느낀다”며 “프랑스인을 프랑스인답게 하는 기질은 바로 감각”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뤼팽은 1905년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적인 추리에 기반을 둔 영국 추리소설의 틀을 벗어났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소설에서 뤼팽은 도둑질을 하고, 악당을 목 졸라 죽이는 자유분방한 범법자다. 여러 여성과 염문을 즐기는 바람둥이기도 하다. 문학계에선 19세기 말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프랑스가 전례 없는 풍요와 평화를 누렸던 ‘벨 에포크’가 반영된 작품으로 해석된다.

드라마는 과거 프랑스 배경을 현대로 옮겨온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라는 현대 프랑스의 논쟁거리를 파고든다. 드라마에서 흑인 주인공 아산이 비싼 양복을 입고 부자처럼 행동하자 사람들은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가 청소부로 변장하고 범죄를 저지르려고 할 때도 도둑으로 전혀 의심받지 않는다. 르테리에 감독은 “내가 탐구하고자 한 주제는 초능력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주인공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를 역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지난 세기에 쓰인 소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산 역을 맡은 배우 오마르 시의 부모는 서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다. 드라마에서 아산의 아버지가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난한 운전사인 것처럼, 시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했다. 르테리에 감독은 “각본이 배우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질 때 특정 면모들이 가장 잘 발현된다”며 “(시는) 프랑스에서 이민자 2세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정성 있게 구현해냈다”고 했다.

아산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를 훔치는 장면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서 촬영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촬영 시간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촬영 대기 시간에 오마르 시는 보안 요원도 없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 앞에서 홀로 있기도 했다. 르테리에 감독은 “나 역시 촬영 기간과 그 전후에 영감을 얻기 위해 루브르의 복도를 혼자 몇 시간씩 걷곤 했다”고 했다.

그는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비밀리에 운반해주는 ‘트랜스포터: 엑스트림’(2005년), 헐크가 등장하는 ‘인크레더블 헐크’(2008년) 등을 연출한 유명 감독이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보니 생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유럽이 아닌 미국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뤼팽’을 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러브스토리다. 관객들이 캐릭터, 작품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넷플릭스#뤼팽#영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