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매각설 이어지던 ‘아픈 손가락’…모바일 접고 미래사업 키우나

서동일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1-20 21:30수정 2021-01-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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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업이 아니다. 반드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매각설’에 휩싸였다. 그 때마다 LG전자 최고경영진은 이처럼 답했다. ‘아픈 손가락’은 맞지만 로봇, 스마트카, 스마트홈 등 미래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허브가 될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20일 LG전자는 지금까지와 달리 ‘모바일 사업 철수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는 이날 e메일에서 “(모바일 사업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이어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각고의 노력들을 해왔지만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 규모”라며 사업 재편 검토의 배경을 설명했다.

LG안팎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매각을 통해 모바일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는 계획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VS사업본부 등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MC사업본부 조직은 다른 본부의 미니 부서로 흡수 합병해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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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은 정리하더라도 롤러블을 포함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일부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물량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권 사장의 메시지는 고용유지, 내부 동요 최소화를 위해 보낸 것”이라며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시장이 정체기에 있고,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과 삼성, 중저가는 중국 브랜드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탓에 2010년대 초반 노키아 모토로라처럼 사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일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 검토의 가장 큰 이유는 적자 누적이다. LG전자는 2012년 ‘옵티머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했지만 영업이익을 낸 것은 2년뿐이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으로 영업 적자를 냈다.

여러 혁신 시도가 먹히지 않은 탓도 있다. 보통 플라스틱이나 메탈 소재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뒷면에 가죽을 입히고(G4), 사용 환경에 따라 분리·조립이 가능한 스마트폰(G5),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펼 수 있는 스마트폰(윙) 등 다양한 혁신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2017년 삼성전자 배터리 화재 사태 때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했지만 고객 확보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혁신이나 노력으로 시장 반전을 꾀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적자 누적이 이어지면서 LG는 더 이상 모바일 사업을 현재 상태로 끌고 갈 ‘동력’이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사업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LG는 그룹 전반에 걸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활가전-TV-모바일 기기’였던 LG전자의 주력 사업은 ‘생활가전-TV-자동차부품’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LG전자의 영업이익 중 80.7%는 생활가전(H&A) 사업본부가 30.1%는 TV(HE) 사업본부가 내왔고 MC 사업본부와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는 적자를 냈다. 하지만 VS 사업본부가 적자폭을 줄이며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LG전자는 2013년 신설된 VS사업본부에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 생산 합작법인(JV)을 세우며 성장을 가속화한 VS사업본부는 올해 흑자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기로 하더라도 모바일 기술 관련 역량까지 잃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MC사업본부 인력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에 클라우드나 5세대(5G) 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연구개발(R&D) 인력이 생활가전 사업본부나 자동차부품(전장) 사업본부 등에 배치돼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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