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3일 딸 품에 안고 투신, 홀로 살아남은 친모 징역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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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7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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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생후 13일 아기를 품에 안고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려 아기를 죽게 한 친모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 A 씨(26)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그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중대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손으로 어린 딸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남편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은 지금까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면서 “피고인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베트남인으로, 남편 B 씨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지난 2019년 12월 말 딸 C 양을 출산한 뒤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주변의 도움 없이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2일 남편 등에겐 “아기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로 말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의료진은 A 씨가 산후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외국인이라 통역 없는 입원 치료는 효과가 낮고, 아기를 돌봐야 하는 등 A 씨의 사정으로 항우울제 성분의 약물을 처방했다. 남편 B 씨에겐 “A 씨를 혼자 두지 말고 잘 살펴봐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병원을 다녀온 A 씨는 아기를 더 이상 키울 자신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곤 그날 오후 6시 50분경 C 양과 함께 자택인 경남 김해시 한 아파트 8층에서 투신했다.

A 씨는 안방에 ‘나는 진짜 쓸모없는 사람이다.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나는 못된 사람이다. 엄마 역할을 못 한다면 그냥 죽지 살아서 뭐 해. 모두에게 미안하다. 안녕’이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

C 양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숨졌다. A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는 사건 이후에도 상당 기간 우울, 섬망, 수면 전 환시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을 앓았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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