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합리적 기준 없이 ‘목소리 크기’에 좌우되는 방역수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7일 00시 00분


코멘트
정세균 국무총리가 6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방역기준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4일부터 17일까지 2주 연장한 가운데 유사 업종에 대해 객관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차별을 두면서 반발이 거세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실내체육시설에서 시작된 반발은 호프집 PC방 유흥업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기준에 대한 일부 업종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너무 자의적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내체육시설의 경우 헬스장 필라테스 등은 영업을 금지하면서 태권도와 발레 등은 허용했다. 발레와 태권도를 허용한 이유에 대해 “아이 돌봄 기능이 있는 시설은 허용했다”는 것인데 과학적인 코로나 확산 가능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시설의 기능만으로 한쪽은 문을 열게 하고 다른 쪽은 통째로 문을 닫게 했다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대본은 전문가들이 여러 회의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니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심도 있는 논의 과정 없이 이번 방역 조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가게 문을 닫는다는 것은 생계에 대한 위협을 의미한다. 영업정지 결정을 하기에 앞서 문을 닫지 않으면서도 방역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형평성에 문제는 없는지를 충분히 살폈어야 한다.

기준이 잘못됐으면 바로잡아야 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다음에 떠밀리듯이 수정하는 형식이 되면 너도나도 예외를 주장하게 되고, 방역망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다. 방역당국은 기준을 보완하면서 업종별 제한이 아닌 면적당 인원으로 영업기준을 바꾸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방역당국의 기준에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도나도 방역당국의 결정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없으면 코로나는 더 확산되고 피해 또한 장기화할 것이다. 방역망을 허무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