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核 기싸움에 희생양 된 韓, 바이든 측과 소통 급하다

동아일보 입력 2021-01-07 00:00수정 2021-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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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5일 “인질범이 존재한다면 우리 자금 70억 달러를 아무 근거 없이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우리 국민 5명을 포함해 선원 20명이 탑승한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이 대미협상을 위한 인질용이란 비난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어제 “국제법 위반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란은 정부의 실무대표단 방문을 막아서고 나섰다.

당초 이란 정부는 선박 나포에 대해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했는데 정작 사실 관계 확인은 뒷전이며 결국 동결 자금을 받아내기 위한 나포임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을 나포한 날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 계획을 밝힌 것을 보면 조 바이든 새 미국 행정부와 재개될 이란 핵협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치밀한 계획 속에 나포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면서 사태 장기화도 우려된다.

한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협상 기싸움에서 뜻하지 않은 희생양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파기한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재협상이 불가피한데, 바로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히는 것이 이란 핵합의이기 때문이다. 이란 핵합의의 밑그림을 그렸던 제이크 설리번이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협상단 실무를 총괄했던 웬디 셔먼이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5일 철강제조기업 등 이란 기업 15곳에 추가 제재를 단행하며 압박을 높였다. 정부는 떠나는 미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도 새 행정부와 주요 동맹 정책에 대한 사전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가 그간 바이든 인사들과 별다른 소통이 없다는 우려가 컸는데 이번 선박 나포 문제가 양측의 긴밀한 소통 채널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해서도 이란과 같은 단계적 해법에 무게를 두는 것을 감안하면 북-미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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