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강조하는 트윗 공세에 나선 블링컨[글로벌 이슈/황인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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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온 조부모와 부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블링컨이 국무장관에 오르면 대북 인권 문제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트위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온 조부모와 부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블링컨이 국무장관에 오르면 대북 인권 문제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트위터
황인찬 국제부 차장
황인찬 국제부 차장
각국의 관심에 비해 그는 요즘 너무 말이 없다. 인터뷰도 하지 않고, 최근 한 달여 동안 트위터에 올라온 글도 10개 남짓.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토니 블링컨(58) 얘기다.

활발한 트윗 행보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트윗들을 읽다 보니 어느 정도 ‘일관성’이 보인다. 최근 벌어진 국제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짧게나마 잊지 않고 입장을 밝힌 것. 대부분 인권 경시 국가에 대한 경고와 비판이다.

지난달 이집트 인권단체가 외국 대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국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자 이집트 당국은 단체 회원 3명을 테러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이러자 블링컨은 “외국 대사를 만나는 것이 범죄는 아니다”고 트윗했다. 같은 달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반군을 향한 군사작전에 나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피난길에 오르며 지역 정세가 요동치자 “에티오피아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이달 이란 정부가 반정부 언론인 루홀라 잠을 전격 처형하자 그는 관련 보도를 트위터에 링크하면서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북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행보다. 국무장관 지명 이후 그의 대북 메시지는 전무하다. 북한도 바이든 당선이나 블링컨 지명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하지만 블링컨의 대북 인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대선을 앞둔 9월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악의 폭군(worst tyrants) 중 한 명’으로 불렀다. 바꿔 말하면 그에게 북한은 폭군이 폭정을 행사하는 최악의 인권 유린국 중 한 곳이다.

이런 인식은 과거 행보에서도 감지된다. 그는 2015년엔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 설립을 지지했다. 이듬해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조건 중 하나로 인권 침해 행위 중단을 거론하기도 했다.

블링컨이 인권 이슈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성장 배경과도 관계가 있다. 그의 선대는 인권 침해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국무장관 지명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런 가족사를 상세히 소개했다. 할아버지는 러시아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할머니는 헝가리의 공산치하를 피해 미국으로 왔다고 했다. 자신이 초등학생일 때 이혼한 어머니가 다시 만난 의붓아버지는 폴란드 비알리스토크에서 학살된 어린이 900명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라고 소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달 트위터에 이런 가족사를 다시 언급한 동영상을 올리며 “내 가족사가 나를 공직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국무장관에 오른다면 인권 문제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혔다.

블링컨은 바이든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로 불린다.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할 때 연을 맺어 20년을 동고동락했고, 주요 정책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블링컨이 김 위원장을 폭군으로 부른 것처럼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폭력배(thug)’라고 불렀다. 북한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셈이다.

이에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인권 등을 문제 삼아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의 강조를 예고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강행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이 국제적 인권 이슈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국제인권단체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의회, 영국 의회까지 가세하며 한국 정부의 인권 수호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달 출범하면 대북전단금지법이 한미 간 더욱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북인권단체가 전단 살포를 시도하고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실제 적용하기 시작하면 국제사회의 인권 침해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내정간섭이라고 일축하고, 법 시행을 강행하는 것은 갈등과 혼란만 키우는 일이다.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 지적은 수용해야 마땅하다.

황인찬 국제부 차장 hic@donga.com


#인터뷰#트위터#블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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