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과 문준용, 그리고 문재인의 인지부조화”…野 ‘맹폭’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2월 22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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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끝에 숨진 시나리오 작가 언급

서울시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 1400만 원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장학재단 명예홍보대사 등을 지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최고은과 문준용, 그리고 문재인의 인지부조화’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32살의 시나리오 작가 겸 연출자인 최고은 씨는 끼니를 거를 만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2011년 지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허 의원은 “예술인들에게 지급되는 코로나 피해 지원금은 문준용이 아니라 지금도 차가운 골방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티고 있는 제2의, 제3의 최고은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그동안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최 작가의 마지막 글을 소개하며 “다음 달이면 이 쪽지를 이웃집에 남겨두고 외롭게 세상을 떠난 최고은 작가의 10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4년 전 당시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 작가를 애도하며 ‘최고은 작가가 찢어지는 가난으로 인해 영화의 꿈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날’이라며 ‘예술인들이 가난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때 우리 사회는 정신, 문화적으로 더 높게 성숙해질 것’이라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최고은 작가가 남긴 가난한 예술인의 슬픔은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4년 전 문재인 전 대표의 애도는 공감을 자아낸다”며 “그런데 최고은 작가를 애도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지금의 사정은 어떤가. 사업가이자 대학에 강의를 나가며, 작품 하나에 5500만 원을 받는 대통령의 아들이 서울시로부터 14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전시회를 개최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허 의원은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은) 김장김치 올린 밥 한술이라도 문 앞에 놔주기 위해 가야 하는 돈”이라며 “세상에는 먹어도 되지만 먹지 말아야 하는, 그리고 먹을 수 있어도 남겨둬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들이 너무 많다는 말이 이렇게 사무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고 적었다.

끝으로 “2002년 최고은 작가가 조감독으로 참여한 단편영화의 제목은 ‘에미 속 타는 줄도 모르고’라고 한다”며 “‘에비 속 타는 줄도 모르는 문준용’과 ‘국민 속 타는 줄도 모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문준용 받은 지원금, 신청자 84% 탈락”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준용 씨가 선정된 시각분야만 하더라도, 신청 281건 중 46건만 선정됐다”면서 “84%의 피해 예술인들이 한 푼도 지원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의 장남이 코로나 피해자로 지원금을 신청해 1400만 원을 수령한 사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첫째 정상적인 심사결과에 의한 수령이라 하더라도 지금 이 판국에 적절한 처신이냐, 둘째 과연 심사과정과 결과가 기준과 절차 면에서 합당했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첫 번째 문제는 이미 국민들께서 온종일 분통을 터트리고 있으니 두 번째 문제를 짚어 보자”면서 “정량적인 사실보다는 정성적인 피해를 중시했다는 서울시 측의 답변은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통상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었을 경우 내놓는 답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피해예술인 지원은 예술분야 특성이 끼니 잇기도 어려운 예술인들이 많다는 점과 코로나 타격이 큰 분야라는 점을 감안해 국민 혈세를 긴급 투입한 것”이라며 “건당 지원금액도 600만 원에서 1400만 원인데 문준용씨는 최고액인 14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서울시 측은) 심사기준, 배점, 근거, 유사피해자 중 탈락자 현황, 탈락 사유 및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문준용 씨 지원의 근거로 제시한 ‘3번의 전시회 취소’에 대해서도 개최를 계획했던 전시회 각각의 제목, 내용, 장소, 일정 등을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소되었다던 3번의 전시회 중 하나로 알려진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 전시회를 지금 금산갤러리에서 열고 있기 때문”이라며 “통상 같은 제목으로 내용이 전혀 다른 전시회를 열지는 않기 때문에 그 때 취소됐다고 지원금을 받은 그 전시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미 받아 간 코로나 피해지원금은 반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서울문화재단 “문준용 지원금 심사 점수 공개 불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당당히 선정되었다면 모든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인생은 아버지 인생이고 아들의 인생은 아들의 인생이긴 하다. 독립적인 존재이니까”라며 “그래도 명색이 아버지가 대통령인데 이런 공모사업 지원금은 더 어려운 예술가에게 양보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 적어도 아버지 임기 5년 동안만이라도”라고 꼬집었다.

문준용 “피눈물 흘리며 한 점이라도 팔아보려는 것”
미디어 아티스트인 문준용 씨는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 사업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14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이 지원금을 활용해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중구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회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를 진행 중이다.

문준용 씨는 일각에서 나온 비판에 대해 “이번 지원금은 처음부터 사용 규칙을 정하고, 계획을 상세하게 제시받아 적절한지를 심사하여 저를 선정한 것”이라며 “즉,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지원금 1400만 원이란, 작가에게 수익으로 주는 돈이 아니라 작가가 전시/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돈이다. 문화재단이 관리한다”며 “지원금은 별도 통장에 넣어 작가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고, 영수증 검사도 철저히 한다”고 밝혔다.


또 문준용 씨는 다른 글에서 ‘코로나 시국에 전시회를 열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우선 방역 지침은 준수하고 있으니 걱정마시라”며 “미술 전시회가 무슨 파티 같은 곳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시회는 작품을 파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시국이라 사람들이 보러 오지를 않으니 팔릴 리가 없다. 방역 지침 때문에 몇 명 이상 들어오지도 못 한다”며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고 그거라도 해야 겠으니 피눈물을 흘리며 혹여 한 점이라도 팔아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시국에 전시회 하지 말라는 건, 예술가들 모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만 있으란 거냐”며 “아무도 초대하지도 못했다. 여기저기 계약해 놓아서 취소할 수도 없다. 만약 3단계 시행되면 바로 문 닫을 각오하고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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