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자금 관리’ 탈북자 “北 엘리트들, 김정은에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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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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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간부 출신 탈북자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북한의 엘리트 가운데 일부는 김 위원장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고 증언했다.

노동당 39호실의 전직 고위간부로 현재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리정호 씨는 10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2017년 채택된 유엔 대북 제재는 역사상 유례 없는 제재로, 북한 지도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북한 광물과 섬유, 수산물 수출을 비롯해 노동 시장, 북한의 원유 수입 등 수출입 시장이 차단돼 북한의 2019년 수출은 2016년의 12분의 1로 대폭 줄었고, 올해엔 더욱 악화돼 65분의 1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년 간의 대북 제재로 북한 경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욱 악화됐다”며 “평양 주민과 간부들이 제재 영향으로 돈이 고갈돼 소비가 대폭 줄었고, 소비가 줄었는데도 상품이 없어 물가는 몇 배가 증가했다"며 "지방도 제재 여파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다만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약화됐다”며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 석탄 밀수 행위를 하고 노동력 시장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또 “IT 전문가들도 ‘아웃소싱’(위탁처리)방법으로 돈을 벌어 들이고 있으며 제품 임가공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을 제재하는 것보다 시장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 기업 등) 제3자 제재가 100배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 씨는 “북한 엘리트들이 항상 불안과 위협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며 “일부 사람들은 독재자(김정은)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그것(반감)을 표현하면 ‘3대가 멸족’돼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며 “북한 간부들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절대적인 믿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자칫하면 숙청과 처형을 당하게 돼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며 “북한 엘리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망명하는 것은 독재자에 대한 항거의 표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엘리트들에게 미래에 대한 안전과 인센티브를 보장한다는 믿음을 주고 그들이 북한의 개방과 민주화의 변혁을 이끌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소속 ‘39호실’은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비자금 창구로 꼽히는 곳이다. 북한의 외화벌이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씨는 39호실 산하 대흥총국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4년 한국을 거쳐 2016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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