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대신 치료제 찾아주세요” 산타에게 보내는 美 어린이들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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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 올해 크리스마스에 저는 갖고 싶은 게 없습니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아주셔서 저의 가족과 세계를 구해주세요’

미국에 사는 어린이 조나는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올해 본인의 유일한 바람을 꾹꾹 눌러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에게 바라는 소원들은 예년과는 달랐다. 옷과 게임기, 장난감 등으로 빼곡했던 소원목록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마스크 등으로 채워졌다.

9일 CNN 등에 따르면 미 연방우체국(USPS)은 ‘오퍼레이션 산타’ 캠페인을 열어 전국 어린이들로부터 북극의 산타 마을로 발송하는 편지들을 받았다. 이는 미 우체국이 1912년부터 이어오던 캠페인으로 당시 윌리엄 하워트 태프트 정부에서 우정부 장관을 지낸 프랭크 히치콕이 우체국 직원들에게 ‘산타마을 주소로 접수된 우편을 모두 읽고 답장을 보내라’고 지시한 것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각자의 소원을 적었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13세 소녀 킴벌리 양은 편지에 “가족 중 의붓아버지만 일하시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제 풀타임 일자리도 그만 두셨습니다. 그가 벌어오는 돈은 모두 월세와 관리비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에게는 운동기구를, 의붓아버지에게는 방수 코트를 선물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아홉 살 앨라니 양은 “너무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엄마가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셔서 제게 선물을 사주실 수 없다고 합니다. 레고가 너무 갖고 싶습니다”라고 부탁했다. 한 어린이는 ‘올해 내가 원하는 것들’ 목록을 적어 ‘코로나19 종식, 세계 평화, 기후변화 통제, 새 Xbox 게임기’ 등을 나열했다.

USPS는 아이들의 편지를 스캔해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4일부터 19일까지 편지를 읽고 대신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사람은 특정 사례를 ‘채택’하면 된다. 편지 내용에 맞는 선물을 포장에 우체국에 보내면 USPS는 편지를 작성한 어린이에게 익명으로 선물을 배달해준다. 10일 기준 채택된 편지는 약 1만6200통에 달한다.

USPS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족과 친구를 떠나보냈다. 매년 형편이 어려운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공해 왔는데 올해는 금전적으로, 감정적으로 타격을 입은 가족들이 더 많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내 사망자는 약 30만 명에 육박한다. 아동심리학자 애비탈 코헨 박사는 “어린이들이 개인적 욕구보다도 부모와 세상에 필요한 것들을 더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편지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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