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대안 콘텐츠 발굴팀 꾸려
佛 베르베르와 원격 북토크 행사, 상하이 롤드컵 결승전 생중계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경기 생중계, 유명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한국 팬들의 이원 생중계 북토크, 그리고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 생중계까지. 이 행사들이 열린 곳은 CJ CGV와 롯데시네마로, 모두 극장이다.
이런 극장의 변신은 유례없는 영화업계 침체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돌파구다. 올해 극장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람객 수가 수직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를 개봉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극장들은 별도 전담팀을 구성해 큰 상영 스크린을 기반으로 대안 콘텐츠를 발굴해 상영하는 등 생존을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나섰다.
올 10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롤드컵 중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롤드컵 8강전을 비롯해 결승전 경기 등을 전국 38개 ‘스크린X’ 상영관에서 생중계했다. 10월 31일 열린 결승전은 좌석 간 거리 두기 방침으로 전체 관객석의 50%만 앉을 수 있었는데 3743석이 모두 팔렸다.
뜨거운 호응이 이어진 건 극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 때문이다. 대형 화면으로 베르베르를 만날 때 노트북 화면보다 상대적으로 더 실감이 났다. 특히 롤드컵 생중계 때는 관객석 전면을 포함해 좌우까지 3개 면을 둘러싼 스크린X를 활용해 스크린별로 각각 다른 화면을 띄워 관객들이 실제 경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가장 큰 전면 화면은 메인 경기 중계 화면을, 좌우 스크린에는 선수들의 모습과 게임 ‘맵’(선수의 캐릭터가 경기를 펼치는 장소), 각종 경기 관련 ‘스탯 데이터’(통계 수치)를 보여줬다.
CGV의 4DX도 적극 활용했다. 4DX는 상영되는 화면의 콘텐츠에 맞춰 놀이기구처럼 좌석이 움직이거나 공기를 분사해 바람이 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에 올해 8월 4DX 극장에 납량기획으로 ‘공포체험 라디오’를 선보였다. 유튜브 채널에서 인기 있는 공포물 라디오 콘텐츠를 자체 제작한 영상물과 함께 4DX 극장에서 상영했다. 관객들은 공포감이 커지는 대목에서 좌석이 움직이는 방식이 몰입도를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루브르 박물관 기획특별전’과 ‘월간 클래식’ ‘월간 오페라’ ‘월간 뮤지컬’도 아이스콘팀에서 발굴한 콘텐츠다. 20개 CGV 극장에서 국내 단독 개봉된 루브르 박물관 기획특별전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이에 갈증을 느낀 이들의 욕구를 적극 공략한 것이다.
월간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는 매달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선정해 공연 실황 영상을 상영한다. 월간 클래식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교향곡을 선보였다. 월간 오페라에서는 소피아 코폴라 영화감독이 연출한 ‘라 트라비아타’를 상영했다. 월간 뮤지컬은 2019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스크린에 올렸다. 이들 콘텐츠는 영상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의 방향과 거리감을 맞출 수 있는 ‘SoundX’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실제 공연 현장에 있는 것 같다”는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CGV 관계자는 “내년엔 ‘가짜사나이2’ 등 관심을 모았던 유튜브 콘텐츠를 극장 상영용으로 만들어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약식을 맺고 지난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를 전국 10여 개 상영관에서 생중계했다. 극장을 스포츠 경기 관람 장소로 활용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종목을 야구로도 확대한 것이다. 유명 영화감독에 초점을 맞춰 올해 엔니오 모리코네 특별전,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의 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작되는 영화가 급감한 상황에서 흥행할 수 있는 영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극장 스크린에 걸기 위해서다. 지난달 CGV와 롯데시네마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힐빌리의 노래’를 개봉했다.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처음으로 OTT 콘텐츠를 상영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메가박스는 국내 대형 극장 중 가장 먼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더 킹: 헨리 5세’를 스크린에 걸었다.
지난달 CGV는 OTT 업체 왓챠와 극장 관람객 및 온라인 미디어 소비자 관련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극장 수요가 있는 왓챠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도 할 예정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 찾아내 보다 많은 이들이 극장에 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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